'우클릭'하는 유럽…이민·친환경 유턴 예고
중도우파 EPP 제1당 지켜
연임 유력한 폰데어라이엔
"친유럽·친우크라·친법치"
17일 새 지도부 논의 시작
獨·佛 극우 약진 두드러져
국내외 정치 지형도 급변
제10대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65)이 이끄는 중도 우파인 유럽국민당(EPP)이 제1당을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도파, 녹생당 등과 연정을 구성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경제위기와 이민정책에 대한 불만 등으로 극우파가 약진해 EU 정책이 보수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 6~9일 총 27개 회원국에서 실시된 제10대 유럽의회 선거 개표에서 EPP가 총 720석 중 186석을 차지하며 제1당을 지켰다. 이번 선거에서는 의석수가 기존 705석에서 720석으로 늘어났으며, EPP는 지난 회기 176석에서 10석을 추가로 확보했다.
제2당과 3당은 나란히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진보동맹(S&D)과 중도 좌파 성향의 자유당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의석수는 S&D가 5석 줄어든 134석을 차지했고 자유당은 102석에서 23석이나 잃은 79석에 그칠 전망이다. 친환경 기후정책에 앞장섰던 좌파 성향의 녹색당-유럽자유동맹은 71석에서 53석으로 18석 축소가 예고됐다. 좌파 성향의 더레프트는 37석에서 36석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극우 성향 정치 세력은 약진했다. 다만 외신들은 선거 전 여론조사처럼 제2, 3당을 차지하는 파란이 일어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강경 우파 성향 정치그룹인 유럽보수개혁(ECR)은 현재 69석에서 73석으로, 극우 정치그룹인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49석에서 58석으로 늘었다. 극우 연대에서 탈피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6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선거 결과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극우당의 약진으로 중도 좌파가 이끌던 유럽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 방송은 극우와 포퓰리즘 세력의 입김이 커지면서 향후 유럽의회에서 '우향우'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민정책,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에서 극우 진영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FT는 "이번 선거에서 극우파의 선전으로 프랑스와 독일 정권에 타격을 줬다"며 "유럽의회가 반이민, 반친환경정책으로 기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총 3억7000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선거는 5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9년 제9대 선거 투표율(50.66%) 대비 소폭 상승했다. 다만 이는 1994년 56.67%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극우파의 약진에도 EPP를 중심으로 한 중도 우파 연대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리더십은 유지될 전망이다. 9일 초기 개표에서 1당 사수가 예상된다고 나오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 시민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건 강력한 유럽"이라며 "좌우 극단에 맞서는 요새를 구축하겠다"고 연임 지지를 촉구했다. 이어 "나의 목표는 친유럽, 친우크라이나, 친법치주의자들과 함께 이 길을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장 후보는 EU 27개국 정상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해 지명하고, 이후 유럽의회 인준 투표(과반, 361석 이상 시 통과)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새 집행위원장은 EU 각국 추천을 토대로 국가당 1명씩 국무위원 격인 집행위원단 26명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EU 27개국 정상들은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찬을 겸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새 지도부 구성 논의에 착수한다. EPP가 제1당을 유지하는 만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연임이 유력하다. 또한 9대 의회에서 EPP와 연정을 구성했던 S&D와 자유당이 2·3당에 오르면서 4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당내 이탈표를 고려해 EPP는 녹색당과의 연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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