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마크롱 의회 해산 초강수 30일 조기 총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국민연합(RN)에 참패하자, 반작용으로 중도 유권자들이 대거 결집해 '반(反)극우' 전선을 형성할 것이라는 셈법에서 나온 정치적 도박이다.

9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참패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임기 5년의 하원 의원 577명을 선출하는 선거다. 앞서 지난 5월 저조한 지지율로 고전하던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의회 해산을 요청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로써 프랑스는 2022년 6월 총선 이후 2년 만에 다시 총선을 치르게 됐다. 이달 30일 1차 투표가 열리며 다음달 7일에 2차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무엇보다 신뢰에 관한 문제"라며 "프랑스 국민들이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보여준 프랑스 극우 정당의 파죽지세를 저지하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유럽의회가 발표한 1차 국가별 선거 예측 결과에 따르면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이 약 31.37%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RN의 급부상을 그대로 방치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또한 유럽의회 선거와 달리 프랑스 총선에선 중도 세력이 결집해 '반극우 전선'을 형성할 것이란 셈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RN이 예상보다 총선에서 더 약진하면 마크롱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편 극우 정당이 득세하고 프랑스가 조기 총선을 발표하자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유럽 주요 증시가 하락세로 출발했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로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0.5% 하락한 1.0764달러를 기록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2% 넘게 떨어지며 출발했다. 프랑스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올 들어 최고 수준인 3.21%로 상승했다.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