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집중투표제 도입 땐 기업 사냥꾼 날개만 달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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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계가 상법 개정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에 주주에게까지 규정한 해외 입법 사례는 없다는 것이 학계 전반적 의견"이라며 "외국계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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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 필 등 방어장치 없어
주주평등 침해하는 역차별"
◆ 밸류업 상법 개정 ◆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계가 상법 개정 추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외에 주주에게까지 규정한 해외 입법 사례는 없다는 것이 학계 전반적 의견"이라며 "외국계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미국 모범회사법과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의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에 한정된다.
상법 개정 시 다양한 경영상 문제도 우려된다. 예를 들어 합병·분할이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소액주주 지분율이 희석됐다는 이유만으로 충실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발행 시에도 같은 논리가 가능하다. 정당한 계열사 간 거래임에도 일부 주주가 회사 재산을 지배주주에게 이전시켜 주주이익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일부 지분을 확보한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존재한다. 이익잉여금을 배당금 확대 대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이나 투자 재원으로 남겨둘 경우에도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 위축도 예상된다.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형법에 의한 배임죄 처벌, 주주총회에서 해임 의결, 개인적 손해배상책임 등이 뒤따르기 때문에 이사회의 과감한 투자 결정이 힘들어질 수 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미국·일본 등에는 선의로 경영 판단을 했을 때 이사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이러한 방어장치 없이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이사회는 혁신적·창조적 의사결정 대신 소극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집중투표제 강화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다. 김 본부장은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더라도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정당한 주주의 지분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오히려 주주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역차별"이라며 "차등 의결권이나 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장치 없이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시행되면 한국 기업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집중투표로 선임된 이사들이 기존 경영진에 비해 소수주주 이익을 더 중요시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소수주주가 자신을 대변할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우며 기관투자자나 연기금, 헤지펀드 등이 집중투표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회사 대주주가 아닌 측에서 집중투표를 통해 이사가 되면 주요 경영정보의 외부 유출도 우려된다.
재계 관계자는 "집중투표 의무화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주주 평등과 다수결 원칙의 예외를 정관으로 배제하지 못하게 해 위헌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유정주 한경협 기업제도팀장은 "임원 개인의 보수를 공시하는 것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대상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정승환 재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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