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폭탄 對 대북방송’…남북 강대강 대치 속 ‘尹 지지율’ 손익은?

변문우 기자 2024. 6. 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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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9·19 군사합의’ 파기하고 치킨게임식 대치…尹 지지율은 소폭 상승
“당정 지지율 위기서 반등 계기” vs “10%대 극우 지지층만 바라보나”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최근 남북관계가 북측 '오물풍선 폭탄'과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로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관련해 정치권에선 '남북관계 경색'이 오히려 지지율 코너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줄수록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남북문제의 본질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될수록 외려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악화일로' 상황의 남북…與 "대통령의 '결단' 이미지 강화"

북한은 앞서 지난 5월 말과 6월 초 두 차례에 걸쳐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오물 풍선을 날려 남측에 직접적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도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전면 파기했고 남측 대북단체도 대북전단 살포로 맞대응에 나섰다. 그럼에도 북한도 아랑곳 않고 지난 6~7일 오물풍선을 추가로 날렸다. 이에 정부는 약 6년 만에 대북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남북은 수위 높은 메시지로 '책임 공방전'도 벌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대북 확성기 가동 사실을 공개하며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 오물 풍선 살포 등 비열한 방식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같은 날 밤 담화를 통해 "(대북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응하는) 정당하고도 매우 낮은 단계의 반사적 반응이었다"며 위기 고조의 책임은 대북 확성기를 튼 남측에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남북관계 경색이 오히려 윤 대통령에겐 지지율 늪에서 벗어날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10 총선 참패 후 약 8주 가까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총선 직전인 3월4주차에서 34%를 찍은 후 23%(4월3주차)→24%(4월4주차)→24%(5월2주차)→24%(5월4주차)를 이어오다 5월5주차에선 21%로 취임 후 최저치까지 찍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비슷한 박스권 추이가 계속되고 있다. 4월1주차 조사에서 37.3% 고점을 찍은 후 32.6%(4월2주차)→32.3%(4월3주차)→30.2%(4월4주차)→30.3%(5월1주차)→30.6%(5월2주차)→31.4%(5월3주차)→30.3%(5월4주차)→30.6%(5월5주차)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이날 발표된 6월1주차 조사에선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 국정브리핑과 '9·19 군사합의 파기' 등의 이슈를 거치면서 전주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31.5%로 나타났다.

여권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가 국민들에게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안보에 민감한 당 지지층이 다시금 윤 대통령에게 결집할 수 있는 매개가 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저널과 만나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비상이 걸린 만큼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 측에서 먼저 파기하면서 껍데기만 남은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해 대통령의 결단력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었던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尹정부 태도 유치" "협상부터 꺼내야"…이재명·조국은 일침

반면 남북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일차원적 태도가 민심을 크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5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9·19 군사합의 파기를 원하는 10%대 극우 성향 지지층만 보고 이들의 마음을 충족하는 일을 한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으나 앞으로 더 많은 비토가 나올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6월1주차 조사 결과를 자세히 보면 중도·진보층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 반면 보수층은 오히려 전주 대비 2.5%포인트가 떨어지기도 했다.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 없이 강경 태도만 밀어붙이면 한반도 평화와 민심을 동시에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조국 대표는 "저라면 북한에 도발 자제를 요청하면서 뒤에서 치열하고 긴밀한 협상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래야 명분도 있고 실리도 챙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남측의 태도는 너무 유치하지 않느냐"라며 "남한 당국의 자중과 신중한 대응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지율 위기에 빠진 윤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철지난 남북대결로 이슈 전환을 꾀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며 "남북 대화채널이 모두 단절된 상태에서 강대강 대결로만 치닫는 것은 결국 국민을 볼모로 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했다. 박정현 최고위원도 "강대강의 대결 구도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뿐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며 "지금은 대화와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의 5월5주차 발표 조사(5월28~30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 응답률은 11.1%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리얼미터의 6월1주차 발표 조사(3~5일, 7일 전국 유권자 2003명 대상) 응답률은 2.7%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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