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확성기 설치 … 남북 '치킨게임'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4. 6.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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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北 대남방송 준비 동향"
대북확성기 못듣게 하려는 듯
北김여정 "새 대응 보게될 것"
으름장 놓으며 도발 중단 요구
용산 대통령실 가까운 곳서
北 오물풍선 2개 각각 발견
10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장병들이 이동식 확성기로 추정되는 트럭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9일 대북 심리전 수단인 최전방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했다. 뉴스1

남북이 오물 풍선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속에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펼치고 있다. 다만 군사적 충돌로 비화되는 상황은 양쪽 모두 원치 않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10일에는 추가 풍선 살포도, 확성기 방송도 없는 '소강상태'가 전개됐다.

남북은 지난달 말부터 각각 전단과 오물을 실은 풍선을 날리며 날카롭게 부딪쳤다. 정부가 지난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또다시 오물 풍선 310여 개를 살포하며 맞섰다. 이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심야에 담화를 발표해 "만약 한국이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일단은 남측이 먼저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현재까지 실시하지 않았고, 오늘(10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북한이 비열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즉시라도 방송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전략적, 작전적 상황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한다"며 향후 대응에 여지를 뒀다.

합참은 특히 "북한이 전방 지역에 대남 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으나 현재까지 대남 방송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언급한 대북 확성기에 대한 북측의 '새로운 대응' 가운데 하나로도 해석된다. 한국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면 북한군도 즉시 대남 확성기를 가동해 주민들이 남측의 방송 내용을 듣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다만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조치를 비난하면서도 표현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사실상 '일시 휴전'을 제의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을 가장 아프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은 확성기가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시각에도 대체로 동의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는데, 대북 확성기가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라며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도발 후 먼저 협상을 제안했고, 결국 유감까지 표명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난 9일 김 부부장 담화를 보면 확성기 방송을 멈춰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도 대북 확성기 재개로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남북이 지금처럼 대립 수위를 높인다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대북 확성기를 비난하며 '새로운 대응'을 언급한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차후 벌어질 긴장 고조 행위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 교수는 "북한이 이달 하순 노동당 전원회의 전후로 일련의 군사행동을 펼쳐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야권에서는 남과 북이 서로 한 발씩 물러날 명분을 교환하며 충돌을 피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상황에 대해 "대북 전단으로 시작된 것(갈등)이 결국은 국지전 또는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남북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유치한 치킨게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이 지난 8일 살포한 오물 풍선 중 2개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접 건물을 중심으로 반경 3.7㎞ 이내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에서 발견됐다. 그중 1개는 대통령실과 직선거리로 500m인 전쟁기념관에 떨어졌다. 나머지 하나는 용산어린이정원에 낙하했다.

[김성훈 기자 / 박대의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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