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강조 사항’ 고스란히 출제한 중국판 수능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년’, ‘글로벌 사우스’, ‘신품질생산’, ‘법치주의’, ‘문화유산 보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과 각종 문서에서 강조하는 키워드이다. 올해 베이징 가오카오(중국판 수학능력시험) 정치사상 과목 시험 문제이기도 하다.
신경보는 10일 베이징교육위원회와 전문가들이 전날 치러진 베이징시 가오카오 정치사상 과목 문제가 “학생들의 문해력과 핵심 능력, 사고의 질을 끌어올리고, 수도 발전에 관심을 갖도록 지도하며, 젊은 학생들이 새로운 시대의 위대한 대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지도한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사상 과목은 시 주석 3기 출범 직후 강화된 과목이다. ‘시진핑 사상 학생 독본’이 교재로 사용된다.
중국 교육부는 2022년 11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면서 관련 과목의 전임 교원 비율을 확대하고 수업 시수를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의 교육방침을 전면적으로 관철하고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을 적극 육성·실천해 초·중·고교와 대학의 사상정치 교육 일체화를 추진”한다는 취지에서이다.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211111617001
시험 문제는 중국 정부가 현재 강조하는 내용과 정책과 관련해 출제됐다. 보도에 따르면 1번 문제로 신중국 건국 75주년의 주요 역사적 성과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전문가들은 시험 문제가 “학생들이 국가 발전의 맥박을 느끼고 역사에 경의를 표하도록 안내한다”고 평가했다. 일종의 정답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2번 문제는 ‘기층부담경감 게시판’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풀뿌리 거버넌스 시스템과 거버넌스 역량의 현대화를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시 주석 3연임 작업을 마무리한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7중전회)에서 기층민에게 부담을 주는 형식주의 타파가 안건으로 논의됐다. 이후 지방 정부마다 일종의 온라인 소통 창구인 기층부담경감 게시판이 생겨났다.
5번 문제는 ‘만리장성의 문화를 보호하고 계승하는 것’을 주제로 상황을 만들어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나왔다. 중국은 농촌을 중심으로 문화유산과 관광상품을 결합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관영매체는 연일 모범사례를 발굴해 보도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모범 마을’ 중의 하나인 팔달령 인근 만리장성 주민들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며 주민들의 만리장성 보호 노력을 격려한 바 있다.
18번 문제는 신품질생산에 초점을 맞춘 문제가 나왔다. 20번은 ‘글로벌 사우스’라고 불리는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이 대두하는 국제정치 현실을 글로벌 관점에서 관찰하고 중국의 입장과 원칙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신품질생산’과 ‘글로벌사우스’ 각각 중국 지도부가 경제정책, 외교정책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7번, 12번, 13번 문제는 각각 ‘소비자 물가지수 책정’, ‘물 시장’, ‘가전 재활용’과 같은 실제 상황을 선택하여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활용해 설명하라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문제들이 “중국의 경제 시스템의 장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발전 개념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게 한다”고 평했다.
지역의 발전과 특색에 관한 문제도 나왔다. 4번 문제는 베이징 습지공원의 미시적 지형 변화를 주제로 한 문제였으며 전문가들은 “천년 수도 베이징의 생태 문명 건설’의 새로운 업적을 탐구하도록 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9번 문제는 ‘베이징 아동친화 도시 건설 계획’에 관련해 출제됐다.
학생들은 올해 정치사상 과목 시험 문제를 어렵게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응시하는 가오카오에도 갈수록 정치색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에는 두보나 루쉰의 글을 주제로 자유롭게 작문하라는 문제가 출제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 주석 어록을 직접 분석하는 문제 등이 출제되고 있다.
7일 치러진 전국 공통 작문 문제에서는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인공지능(AI)과 우주 탐사에 관련한 문제가 나왔다. 올해 1342만명이 응시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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