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국제적이라고 최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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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사무소에 '○○○국제특허법률사무소'처럼 국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곳이 유독 많다.
국제(國際)의 제(際)는 제사 지낸다는 뜻의 제(祭)에서 온 말로 하늘과 사람을 연결한다 해서 사이란 뜻을 가지게 되었다.
영어 단어 international의 inter도 사이를 뜻하니 '국가 간'이 되겠다.
우리는 '국제적 수준' 같은 표현에서 국제나 international이란 단어에 주로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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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사무소에 '○○○국제특허법률사무소'처럼 국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곳이 유독 많다. 영어로는 '○○○ International Patent Law Office'이다.
해외 기업은 국내에, 국내 기업은 해외에 특허를 많이 출원한다. 그러다 보니 영어나 일본어 같은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다른 직종보다 많고 유학파도 흔하다.
해외 고객 업무가 많은 사무소에서 필자는 변리사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4년 미국 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워싱턴대학 로스쿨에 유학했다.
처음엔 1년짜리 석사과정만 생각하다가 장학금 제안으로 2년 더 다녔다. 결국 3년 공부한 게 아까워 도전한 변호사 자격을 딴 김에 미국 로펌에서도 근무했다. 이래서 미국에 7년이나 있었다. 그렇다. 필자는 MBTI가 T이다.
7년 미국에 머물면서 어떻게 이런(?) 나라가 최강국이 되었을까 의아했다. 은행 계좌 개설에 3시간, 집 전화 개통에 2주, 가스 설치에 무려 3주가 걸렸다.
겨울이면 눈 때문에 정전되기 일쑤고 복구에도 오래 걸린다. 한번은 세인트루이스 전체 가구의 3분의 2 정도에 정전됐는데 우리 집에 전기가 다시 들어오는 데 2주 정도 걸렸다. 한 달 만에 복구된 집도 있었다.
패스트푸드 식당 카운터 직원은 7×2가 14인 줄도 모른다. 거스름돈 계산이라도 해주면 계산기를 두드려 확인하고는 천재라도 본 듯 세상 부담스러운 경외의 눈길을 보낸다.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에너자이저라는 회사가 있다. '백만스물하나, 백만스물둘…' 세면서 팔굽혀펴기 TV 광고로 히트쳤던 그 회사다. 정식 명칭은 'Eveready Battery Company'인데 로스쿨 여름방학에 4개월 정도 근무했다.
점심시간 따로 없이 8시간 근무라서 8시 반 출근에 4시 반 퇴근이었다. 첫날 열심히 일하다가 4시 35분쯤 둘러보니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었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서머타임이라 부르던 'Daylight Saving'이 적용되는 여름에는 밤 9시에도 훤한데 4시 반에 퇴근하고 한참 놀아도 해가 안 진다. 남자들이 퇴근 후 소일거리로는 3G밖에 없는데 골프(golf), 잔디깎기(gardening), 바비큐(grilling)이다. 흔히 미국은 지루한 천국(boring heaven), 한국은 재미난 지옥(exciting hell)이라는데 한국과 미국의 장단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국제(國際)의 제(際)는 제사 지낸다는 뜻의 제(祭)에서 온 말로 하늘과 사람을 연결한다 해서 사이란 뜻을 가지게 되었다. 영어 단어 international의 inter도 사이를 뜻하니 '국가 간'이 되겠다.
우리는 '국제적 수준' 같은 표현에서 국제나 international이란 단어에 주로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 해외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태반인 미국 중부에서 international은 도움이 필요한 저개발국을 연상시킨다.
전화 개통에 하루가 안 걸리고 정전 즉시 복구되는 선진 시스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국제적 수준'과는 인식의 차이가 크다.
[김두규 대한변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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