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기운 유럽의회 선거, 마크롱·숄츠 몰락하나…멜로니 급부상

신기섭 기자 2024. 6. 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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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을 이끌어온 지도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9일(현지시각)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의 부상을 막지 못하고 참패하면서 두 나라 정부가 위기에 빠졌다.

대표적 극우 지도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선거 승리로 입지를 더욱 굳히면서, 유럽의회의 우경화와 함께 유럽연합 지도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촉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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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9일(현지시각)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신이 속한 ‘이탈리아의 형제들’의 승리가 예상된 뒤 로마 당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을 이끌어온 지도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9일(현지시각)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의 부상을 막지 못하고 참패하면서 두 나라 정부가 위기에 빠졌다. 대표적 극우 지도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선거 승리로 입지를 더욱 굳히면서, 유럽의회의 우경화와 함께 유럽연합 지도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촉발할 전망이다.

유럽의회의 선거 결과 잠정 집계에 따르면 10일 오전 현재 중도 우파 성향의 정치 집단(교섭단체) 유럽국민당(EPP)이 전체 720석 가운데 185석(25.69%)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선거 전 176석(전체의 24.9%)보다 9석 많은 것이다.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동맹(S&D)은 5년 전보다 줄어든 137석을 차지했고, 중도 집단 ‘리뉴 유럽’은 20석 이상 줄어든 79석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3개 세력이 과반을 확보해 기존의 유럽의회 내 연합을 일단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극우 세력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과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약진하면서, 이주민 억제 정책과 환경 정책 후퇴 등 유럽연합의 우경화는 불가피해졌다. 두 집단은 각각 4, 9석이 늘어난 73석, 5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둘의 의석수를 합치면 3위인 ‘리뉴 유럽’보다 50석 이상이나 많다.

극우의 부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뒤 이어져온 경기 침체와 물가 불안, 이주민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 환경 규제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을 기존 정치 세력 공격에 활용한 극우의 전략이 먹혀든 결과로 풀이된다.

이는 녹색당의 몰락에서도 확인된다. ‘녹색당·유럽자유동맹’의 의석은 선거 전보다 20석 줄어든 52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사이먼 힉스 유럽대학원(EUI) 교수(정치학)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유럽연합 녹색 정책에 대한 “작별의 입맞춤”이라고 평했다.

극우 세력의 약진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두드러졌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은 31.37%를 득표해, 여당인 ‘르네상스’ 주도 연합 세력(14.6%)을 2배 이상의 차이로 눌렀다. 독일에서는 중도 보수 야당인 기민·기사련(CDU/CSU)이 30.0%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15.9%로 2위를 차지했다. 숄츠 총리가 속한 사민당(SPD)은 13.9%로 3위에 그쳤다.

이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가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선거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했으나, 극우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민-녹색-자민당 연정의 운명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라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연정 지지율이 30%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연정이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의 형제들’(Fdl)이 28.77%를 득표해 중도 좌파인 민주당(24.06%)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는 이탈리아 연정 내 멜로니 총리의 입지는 물론 유럽연합 내에서의 영향력도 공고히 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유럽국민당’을 이끌고 승리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일단 멜로니 총리 등 극우와의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고, 중도 정치 세력의 단결과 지지를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장예지 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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