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비타민 A, 황금쌀 그리고 GMO

박병수 기자 2024. 6. 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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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에이(A)가 부족하면 어두운 곳에서 잘 안 보이는 야맹증에 걸린다는 건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쌀에는 안타깝게도 비타민 A가 거의 없다.

그래서 동아시아 미작지대의 비타민 A 결핍증을 겨냥해 나온 것이 황금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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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에이(A)가 부족하면 어두운 곳에서 잘 안 보이는 야맹증에 걸린다는 건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비타민 A는 시력 기능 말고도 태아의 발달과 성장, 면역체계의 유지 등에 두루 관여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비타민 A가 결핍되면 “어린이가 통상적인 감염으로 심각한 질환과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실명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타민 A는 달걀과 유제품, 당근, 단호박 등 여러 음식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에선 이런 다양한 음식의 섭취가 어려워 비타민 A 결핍증이 문제가 되곤 한다. 전세계적으로 한해 10만명의 어린이가 비타민 A 결핍증을 앓아 숨진다고 한다.

쌀에는 안타깝게도 비타민 A가 거의 없다. 그래서 동아시아 미작지대의 비타민 A 결핍증을 겨냥해 나온 것이 황금쌀이다. 일반 쌀의 유전자를 조작해 베타카로틴을 만들어낸 것이다. 베타카로틴은 우리 몸에서 비타민 A로 바뀐다. 베타카로틴은 주황색 유기화합물이어서, 그렇게 만들어진 쌀도 불그스름한 노란빛을 띤다. 황금쌀이 된 배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진이 황금쌀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대한 반대 여론에 부닥쳐 상업적 재배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렇게 실험실에 머물던 황금쌀은 2021년 필리핀에서 세계 최초로 상업재배 허가가 나면서 주목받았다. 필리핀 정부는 8년 안에 황금쌀 재배를 전체 쌀 수확량의 10%까지 늘리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필리핀은 어린이의 15%가 비타민 A 결핍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지난 4월 필리핀 항소심 재판부가 “황금쌀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계의 컨센서스가 없는 상황에서 재배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허가 취소 명령을 내리면서 다시 제동이 걸렸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필리핀 농민단체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안전성은 결코 입증되지 않았다”며 판결을 반기지만, 황금쌀 지지 진영에선 “황금쌀이 위험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며 “목숨을 살릴 농산물을 거부하는 재앙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해 다시 다툰다는 입장이지만, 대법원 판결까지는 몇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콩, 옥수수 등 우리 먹거리에는 이미 유전자변형농산물이 들어와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은 정말 안전한 걸까?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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