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화 더 거세진 유럽···참패한 마크롱 “30일 조기 총선”
중도우파 EPP 제1당 지위 지켰지만
강경·극우 약진···의석수 크게 늘어
국경·국방·이민정책 등 급변 예고
수세 몰린 마크롱 조기 총선 카드
獨 숄츠도 조기 총선 압박 내몰려
유럽연합(EU) 회원 27개국, 3억 7000만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며 유럽 정치의 ‘우경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국에서 극우를 포함한 극우 계열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집권 여당이 정치적 위기에 놓였고 유럽의회 내에서도 극우 진영이 정책 전반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교섭단체 구성에도 변화 오나=유럽의회가 10일 오후 1시 59분(현지 시각) 기준으로 발표한 유럽의회 선거 잠정 예측 결과에 따르면 제1당인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이 전체 720석 중 185석(25.69%)을 확보해 제1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의석수(총 705석) 176석(25.0%)보다 소폭 비중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다만 연대를 구성해온 제2당인 중도 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137석(19.03%),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은 79석(10.97%)으로 비중이 줄면서 의회 내 영향력도 약해지게 됐다.
반면 유럽의 대표적 강경 우파 정치 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현재 69석에서 73석으로, 극우 정당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49석에서 58석으로 각각 늘어났다. ECR은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의 이탈리아형제들(FdI), 스페인의 복스 등이 속한 정치 그룹으로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주요국 집권당 참패···국내 정치도 위기=이번 선거에서는 극우 세력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각국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도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인구가 많은 주요국에서 극우를 포함한 우파 계열이 대부분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자리이지만 사실상 기성 정치권을 중간 평가하는 자리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프랑스는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31.37%의 득표율로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14.60%)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한 시간 만에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를 해산하고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기 총선 결과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RN 등 다른 정당 소속 총리를 임명해야 할 수도 있다.
독일은 출구조사에서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30.00%의 득표율로 1위,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15.90%의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은 득표율 13.90%에 그쳐 위기에 몰렸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기민·기사당 연합은 숄츠 총리에게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조기 총선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네오파시스트당이라는 비판을 받는 극우 집권 FdI가 28.77%의 득표율로 1위에 오르며 조르자 멜로니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고 오스트리아 역시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25.70%를 득표해 1위로 예측됐다. 이날 유럽의회 선거와 함께 지방선거도 치른 벨기에에서는 집권당이 극우 정당에 패배하면서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가 사임을 선언했다.
◇기후·이민·국방까지 정책 대전환 가능성=극우 정당의 약진으로 유럽연합(EU)의 주요 정책에도 변화가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CNBC방송은 극우와 포퓰리즘 세력의 입김이 커지면서 향후 유럽의회의 ‘우향우’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뜨거운 감자’인 이민 문제에서부터 환경·국방 정책은 물론 산업과 EU 몸집 확대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정책 전반에 극우 진영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특히 국경 통제 강화, 역외 이민자 강경 단속 등을 추구하는 우파가 득세함으로써 차기 유럽의회가 활동하게 될 향후 5년 동안에도 이 문제가 EU 의제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선임연구원 아르미다 반 리즈는 “극우의 영향력이 EU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면서 “새 의회에서 더 많은 정책 변화와 뒷걸음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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