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미국, 폭염에 신음…한국도 전년보다 일주일 빠른 폭염주의보
중국, 인도, 미국, 멕시코 등 전 세계가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폭염주의보가 지난해보다 일주일 빠르게 발효되며 올여름 폭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상청은 10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구와 울산 서부, 경북 영천·경산·청도·경주, 경남 김해·창녕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번 폭염주의보는 발령 즉시 발효됐다. 폭염주의보는 일최고체감온도가 33℃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내려진다. 체감온도가 급격히 오르거나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도 발령된다.
이번 폭염주의보는 지난해에 비해 일주일 빠르다. 지난해는 6월 17일에 대구와 광주에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엔 6월 18일 발령됐다. 전국에서 폭염 특보가 가장 빨랐던 때는 광주에서 발효됐던 2019년 5월 15일이다.
기상청에서 밝힌 이번 폭염의 원인은 고기압이다. 고기압 영향권에 든 한반도가 맑은 하늘로부터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기온이 오르고 있다. 고기압이 특히 한반도 정중앙이 아닌 서쪽 하단부에 자리잡고 있어 따뜻한 남서풍도 불어와 기온을 높였다.
영남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먼저 발표된 이유로 기상청은 남해안을 거쳐서 한반도에 들어오는 바람이 이 지역에 오기 전 크고 작은 산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바람은 산을 넘으면서 기온이 조금 더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공기가 산을 넘으면 압축돼 열에너지가 증가하고 기온이 오르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1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한낮 기온이 30℃ 이상으로 오르겠고, 경상 내륙에선 33℃ 이상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중기예보에서 이 같은 무더위가 오는 19일까지 이어지겠다고 전망했다. 7일 기상청 기상 강좌에서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올 여름 폭염일수를 14~16일로 예측했다. 평년 10.2일보다 최대 약 6일 많다.
한국 주변 나라도 더위로 들끓고 있다. 9일 중국 중앙기상대에 따르면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허베이성, 산둥성, 허난성, 안후이성 등 일부 지역 최고 기온이 37~39℃, 일부 지역은 섭씨 40℃를 웃돌고 있다. 허난성 자오줘는 9일부터 나흘간 40℃를 오르내리다 11일에는 최고기온이 43℃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6월 기온으로는 최고기록을 깰 전망이다.
인도에서는 최근 북부와 서부 등을 중심으로 50℃ 안팎의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부터 40℃를 넘는 폭염을 겪고 있고 올해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87명으로 늘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폭염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정전이 발생하거나 급수난에 시달렸다.
인도와 인접한 파키스탄에서도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부 신드주 주도 하이데라바드의 한 가게에서 지난달 30일 가스가 폭발, 최소 5명이 숨지고 50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기온이 50℃ 를 웃돈 점으로 미뤄 가스 폭발과 폭염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집트 남부 지역의 기온도 최근 50.9℃를 기록했다고 타임스나우 등 외신이 10일 보도했다.
지구 반대편인 미국 남서부, 멕시코 등도 마찬가지다.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진 데스밸리 사막 지대는 지난 6일 최고기온이 50℃를 기록해 최고 기록인 1996년의 49.4도를 갈아치웠다. 애리조나와 네바다 일부, 남부 캘리포니아 사막 대부분에는 현재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이다. 최근 멕시코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물고기 수천 마리가 폐사했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폭염 원인은 구체적으로는 조금씩 다르지만 가속화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5일 발표한 ‘세계기후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지난 12개월간 전 세계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6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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