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착공 9년만에 최저…서민주거 흔들

서진우 기자(jwsuh@mk.co.kr),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6.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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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이 흔들리면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비아파트 공급 정책이 삐걱대고 있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도 "올해 4월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아파트는 47.1%, 비아파트는 52.9%로 여전히 비아파트 비중이 크다"면서 "빌라 전세시장이 붕괴하면 신규 빌라 공급이 줄어들어 임차인의 주거 안정도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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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여파로 시장 붕괴
자금 조달 안돼 업계도 손놔
1분기 전국 빌라 착공 8천호
서울시 전략주택도 외면당해
청년·노인 주거취약층 타격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이 흔들리면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비아파트 공급 정책이 삐걱대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략적으로 건립하려는 오피스텔과 신축 빌라 공급이 꽉 막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최재란 서울시의원이 확보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안심주택'을 짓겠다고 사업을 신청한 건수는 딱 1건에 불과하고 올해도 2건에 그친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1년 29건, 2022년 19건과 대비된다. 승인·착공 건수도 급격히 줄었다. 올해 들어 서울시가 청년안심주택 사업을 승인한 건수는 1건이다. 이는 2021년 45건, 2022년 22건, 2023년 10건에서 급감하는 모양새다. 자연스레 착공 건수도 2021년 19건, 2022년 31건 대비 올해는 8건으로 확 감소했다.

청년안심주택은 만 19~39세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민간임대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주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역세권이나 간선도로변에 들어선다. 민간 토지주는 임대료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신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높이는 혜택을 받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안심특집)'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가까운 곳에 주변 원룸 시세 대비 최대 절반 수준인 공유주택을 짓도록 유도하겠다는 발표였다. 올해 1월에는 무주택 고령층을 위해 저렴한 임대주택인 '어르신 안심주택'을 짓겠다고 했지만 공유주택과 어르신 안심주택 모두 사업 신청이 들어온 건 현재 단 1건도 없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신청하기 전 문의한 사례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시행사 대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으며 공공성이 있는 사업도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다. 웬만큼 사업성이 좋지 않고서는 새로 시작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벌여놓은 사업장을 멈추지 않게 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비아파트 시장 붕괴는 신규 빌라 감소로 여실히 나타난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국토교통부 주택건설 실적 통계를 재가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는 총 9000가구로 9년 전인 2015년 1분기 4만2000가구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착공은 4만1000가구에서 8000가구로 5분의 1 수준까지 추락했고 준공도 3만8000가구에서 1만1000가구로 3분의 1에 불과했다.

수도권의 한 빌라 임대인 A씨는 "왜 빌라는 시장이 아닌 정부가 전셋값을 전세대출과 전세보증이라는 족쇄 아래 강제로 하락시키냐"며 "아파트 전셋값과 빌라 월세는 오르는데 빌라 전셋값만 뚝뚝 떨어져 역전세가 발생하니 전세사기와 상관도 없는 빌라 임대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5주째 상승하고 있지만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는 역전세가 심화하고 월세가 오르고 있다. 전세사기 논란 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진 게 신규 빌라 공급과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도 "올해 4월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아파트는 47.1%, 비아파트는 52.9%로 여전히 비아파트 비중이 크다"면서 "빌라 전세시장이 붕괴하면 신규 빌라 공급이 줄어들어 임차인의 주거 안정도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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