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남매 전쟁’ 후폭풍이 야기한 ‘오너 리스크’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국내 2위 급식업체 아워홈이 주주총회 결과로 연일 시끄럽다. 구본성 전 부회장(장남)과 구미현씨(장녀)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회사가 언제 매각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회사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게다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던 푸드테크 사업도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회사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더해지고 있다.
아워홈은 지난 4월 임시주주총회에 이어 지난달 31일 주총을 열어 구지은 부회장의 연임안을 부결시켰다. 대신 구미현씨, 또 구미현씨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 구재모씨 등 세 명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했다. 이로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단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권을 잃었다. 다만 이사회에서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못하면서 구지은 부회장이 임시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워홈의 지분은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자녀들인 구본성·미현·명진·지은씨가 98% 이상 갖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은 38.56%다. 장녀인 구미현씨는 19.28%, 차녀 구명진씨 19.6%,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막내 구지은 부회장은 2016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가운데, '캐스팅보터'인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을 들면서 구지은 부회장이 밀려난 것이다.
사모펀드 매각설에 벌벌 떠는 직원들
장기간 이어진 오너 일가 갈등에 아워홈이 사모펀드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구미현씨가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서 아워홈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일찌감치 아워홈 매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자신의 지분과 구미현씨의 지분을 합한 57.84%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와 경영권 매각을 논의 중이다. 이들이 지분을 매각하면 아워홈은 전체 지분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새로운 대주주를 맞게 된다.
사모펀드 매각 소식에 직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다툼과 사모펀드 매각설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 대해 불안함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워홈 노동조합은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씨를 중심으로 한 새 이사회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총이 열리는 서울 강서구 마곡 아워홈 본사 앞에서 "회사 성장에 전혀 관심이 없고,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과 이영열 부부는 사내이사 즉시 사퇴 및 대주주에서 물러나라"며 "아워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오너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아워홈, 신사업에 차질 빚나
아워홈은 '남매의 난'으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을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동력인 '푸드테크' 강화에 있어서도 위기에 놓였다. 아워홈은 그간 신사업으로 푸드테크 강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해왔다. 지난 4월 푸드테크를 강화하기 위해 카카오와 협약을 체결했고, 1월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현장 등을 방문하면서 푸드테크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아워홈에 대표이사가 언제 자리를 떠날지 상황은 큰 악재다. 푸드테크 사업 특성 상 기업 간의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남매의 난으로 인해 그간 추진했던 푸드테크 관련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긴 어렵다고 본다. 협업 중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워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신규 이사진이 구성은 됐지만, 대표이사 선임이 아직 안됐기 때문에 내부 정리가 덜 된 모습"이라며 "남매 싸움에서 승리한 장남(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구미현씨) 또한 의견이 합치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워홈 내부에선 노조 입장, 언론 등을 통해 외부에서 아워홈을 바라보는 의견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임시 주총을 열어 추가 선임 등을 통해 이사회 재구성 가능성도 열려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에 따른 사모펀드 매각 등 남매의 진흙탕 싸움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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