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삼성 경영진이 전기 걱정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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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올해 공장 7개를 추가로 짓는다고 한다.
주로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 입장이었던 삼성전자는 공장 건립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가졌다.
결국 전기를 용인까지 끌고와야 한다는 게 삼성 측 판단이다.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는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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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은 전력문제로 고심
반도체 전쟁 패배 땐 아찔
국익위해 정부역량 쏟아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올해 공장 7개를 추가로 짓는다고 한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매해 6개, 7개, 3개, 4개씩 건설할 정도로 공장을 늘려나가는 속도가 가히 놀랍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자기에게 먼저 물건을 내달라고 아우성이니 TSMC로선 생산능력 확충이 시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제조 업체가 적시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느냐는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 중 하나다. 주로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종자) 입장이었던 삼성전자는 공장 건립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가졌다. 제품 개발 속도가 늦더라도 공장을 빨리 지어 신속히 양산에 돌입하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최대한 좁힐 수 있었다. 그런데 삼성은 더 이상 그런 신속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여파로 공장 공기를 단축시키기는커녕 종전보다 늘어날 판이다.
전력과 용수와 같은 기본 인프라 측면에서도 불리하기만 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린 용인 반도체 단지는 전력 문제로 딜레마에 빠져 있다. 10기가와트(GW) 이상의 대용량 전기가 필요한데 급증하는 수도권 수요량을 감안하면 용인 단지에서 사용할 전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서남해권에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용인까지 끌어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누가 송전선로를 설치하느냐는 것이다. 적자투성이 한전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우면서 수혜를 보게 될 기업이 송전망 건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수조 원의 전기요금을 내는데 수년 뒤면 10조원으로 불어난다. 여기다 송전망 비용까지 내라는 건 억울한 '이중 부담'이다.
용인 반도체 단지까지 전기를 끌어오는 게 어렵다면 전기가 남아도는 서남해권으로 공장이 내려가면 안 될까. 실제로 삼성전자 수뇌부에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적이 있다. 한 사장급 경영진이 광주광역시나 경기도 안성은 어떤지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러자 여러 임원들이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반도체 엔지니어 인력들을 확보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은 신주,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등 대만 곳곳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한국은 서울에 주요 대학이 밀집해 있는 반면 대만에는 지역별로 비슷한 수준의 대학들이 산재해 있다. 삼성 등 한국 첨단 기업들이 엔지니어 구인난에 수도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대비된다. 결국 전기를 용인까지 끌고와야 한다는 게 삼성 측 판단이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얼마나 치열합니까. 경영진은 기술 우위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만 집중하기도 벅찬데 전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이게 말이 되나요. 전투병이 보급병 역할까지 떠맡는 셈이죠."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는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1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던 2021년, 대만 정부는 논농사에 필요한 농업용수까지 끌어다 TSMC에 공급해줬다. 그리고 이 조치로 피해를 본 농가에 손실을 보전해줬다. 대만 정부가 대표 기업 TSMC를 얼마나 떠받드는지 보여주는 일례다. 미국과 일본도 전력·용수 공급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발 벗고 나선다.
한 오너 경영자는 "삼성이 엔비디아에 쩔쩔매는 하청 업체로 전락했다. 사업은 한 번 기선을 제압 당하면 회복이 힘들다. 나라면 잠이 안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더 이상 초일류가 아니라면, 그리고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박살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악재다. 용인 반도체 단지의 전력난이 삼성만의 이슈가 아닌 이유다.
[황인혁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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