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힘···보이지 않는 것을 탐구하다

서지혜 기자 2024. 6. 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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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 콜로라도 샌 루이스 계곡의 광활한 대지에서 특별한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기도(Orisons)'.

설치 당시 '가장 위대한 도전'이라며 찬사를 받은 '기도 프로젝트'의 일부가 서울에 상륙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샌 루이스 계곡에 설치된 '기도'의 미니어처에 해당하는 7개 조각 작품과, 과학과 인문학, 예술의 관점에서 대지의 역사와 에너지, 그곳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의 상호작용을 다룬 사진과 드로잉 등 15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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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게리트 위모 亞 첫 전시
7개 조각·15점 작품 선보여
화이트큐브서 8월 17일까지
9월 광주비엔날레서도 공개
[서울경제]
마르게리트 위모의 아시아 첫 개인전 ‘더스트’의 설치전경. 사진 제공=화이트큐브

2023년 미국 콜로라도 샌 루이스 계곡의 광활한 대지에서 특별한 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기도(Orisons)’.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작가는 1986년생 프랑스 출신 조각가 마르게리트 위모( Marguerite Humeau’)다. 약 160에이커(약 20만 평)에 걸친 광활한 땅에 설치된 많은 조형물은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작품의 설치 재료는 재활용 강철, 목재, 밧줄 등 ‘쓰레기’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작가는 이 조형물을 다양한 형태로 구현해 생태계와 기후변화, 다양성 등을 이야기 한다. 대표작 중 하나인 캐틀 가드(cattle gaurd)’는 가축 보호소를 의미한다.

작가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땅에 버려진 낡은 가축 보호소를 그대로 남겨 두고 그 안에 건축가 로널드 라엘이 만든 작은 의자를 설치했다. 이 의자는 소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만큼 높이가 낮다. 작품이 설치된 장소는 한때 유기농 우유를 만드는 농장이 소유한 땅으로 지금은 기후 변화 여파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아주 오래 전 소를 지키는 일을 하던 사람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시한다.

화이트큐브 서울점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여는 마르게리트 위모. 사진 제공=화이트큐브
마르게리트 위모의 아시아 첫 개인전 ‘더스트’에 설치된 캐틀 가드. 사진 제공=화이트큐브

설치 당시 ‘가장 위대한 도전’이라며 찬사를 받은 ‘기도 프로젝트’의 일부가 서울에 상륙했다.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화이트큐브 서울점은 8월 17일까지 마르게리트 위모의 아시아 첫 개인전 ‘먼지(Dust)’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샌 루이스 계곡에 설치된 ‘기도’의 미니어처에 해당하는 7개 조각 작품과, 과학과 인문학, 예술의 관점에서 대지의 역사와 에너지, 그곳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의 상호작용을 다룬 사진과 드로잉 등 15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위모는 자연과 인간의 신비를 탐구한다. 2023년 샌 루이스 계곡을 방문한 위모는 이 현장을 기후 문제와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일종의 ‘포털(관문)’로 여겼다. 작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지역의 농업 경제학자와 조류 전문가,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 그룹의 커뮤니티 구성원을 만났고, 말라버린 관개 시스템, 지저분한 관목 등 이 지역의 특징을 도표로 나타내는 지도를 제작했다. 이후 철, 목재 등을 이용해 수십 개의 조각품을 만들어 설치하는데 각 조각품은 두루미, 엉겅퀴, 등대풀 등 모두 생태계의 구성원을 상징하도록 표현했다.

마르게리트 위모의 아시아 첫 개인전 ‘더스트’에 설치된 신작, ‘새의 실종’. 사진 제공=화이트큐브

이번 전시에서는 ‘기도’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작 ‘조류실종(The Disappearance of Bird)’ 은 ‘기도’ 설치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반영한 작품이다. 스피커처럼 생긴 두 개의 망 안에 새가 있는 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당시 근처에서 우연히 죽은 새 한 마리를 발견했고 그 새를 묻어 줬는데 다음 날 가 보니 새가 사라지고 없었다”며 “이 경험을 통해 하나의 생명체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연결하는 포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기도 프로젝트’의 의미와 작가의 철학을 알 수 있는 사진 작품도 흥미롭다. 작가는 곤충과 같은 작은 생명체는 크게 확대하고, 인간은 작게 축소해 표현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두 사진 속 피사체의 크기는 거의 같다. 이를 통해 작가는 지구상의 구성원들이 모두 동등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위모의 작품은 올해 9월 열리는 광주 비엔날레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비엔날레에 설치되는 작품은 고생대 한국의 환경을 복원하는 대형 작품으로 이번 광주 비엔날레의 주제인 판소리를 더해 제작될 예정이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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