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706명에 자사주 쏘고 해외 연수까지 보낸 '이 회사' 어디?

김기혁 기자 2024. 6. 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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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여는 ESG경영] <1>지방소멸 막는 인재 경영
에코프로, 비상장사 직원까지
연봉 10~20% 수준 RSU 지급
벤처사 육성에 1000억 투입도
지역 고교·대학과 산학협력 등
제지업계도 고용 활성화 팔걷어
지난해 6월 입사한 에코프로 공채 6기 신입 사원들이 입사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에코프로
[서울경제]

에코프로비엠(247540)에서 생산직으로 일하는 김상수(가명) 씨는 올해 10월 자사주를 무상으로 받게 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앞서 에코프로그룹은 2022년 9월 기준 재직한 임직원 전원에 해당하는 2706명을 대상으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김 씨는 “회사 성장의 과실을 전 임직원들과 나누게 돼 뜻깊다” 며 “더 높은 도전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RSU 제도는 그룹 산하 상장사는 물론 비상장사 소속 직원까지 혜택을 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식 수는 직급, 근속 연수, 연봉을 고려해 2022년 당시 연봉의 15~20% 수준으로 책정되며 올해 10월과 내년 10월 두 번에 걸쳐 부여된다.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상장사는 상장 주식을 임직원에게 지급하고 그룹 내 비상장사는 상장 모기업의 주식을 지급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비상장사인 에코프로이엠의 경우 모기업인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받게 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RSU는 임직원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가가 떨어져도 보상이 보장되는 데다 양도 가능 시점을 장기로 설정해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문제점을 막을 수 있어서다. ‘먹튀 논란’이 종종 불거지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비교해 임원의 책임경영, 직원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 주요 그룹 중에서도 RSU를 도입한 곳은 한화·두산 정도에 불과하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퇴직 임직원들을 위한 자체 퇴직연금 제도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싱가포르 해외 연수를 진행했으며 임직원 3044명이 참여했다. 임직원들은 싱가포르에서 그룹의 미래를 공유하고 좋은 사내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창립 20주년인 2018년 처음으로 일본 해외 연수를 실시한 후 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인재 유치 및 장기 근속을 위해 파격적인 복지 제도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투자도 활성화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올해 포항캠퍼스를 중심으로 국내에 약 1조 20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한다. 폐배터리 재활용부터 배터리 소재인 전구체·수산화리튬 제조, 양극재 생산까지 더욱 고도화된 2차전지 생태계를 조성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엘앤에프 또한 지난해 11월 총 2조 5500억 원을 들여 음극재·양극재 신(新)공장을 대구에 세운다고 발표했다. 단일 투자 규모로는 대구 지역 내 최대 금액으로 3000명 이상의 신규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K배터리는 지방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킨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에코프로 본사가 위치한 충북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상용 근로자 수는 2020년 45만 8900명에서 지난해 50만 5800명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경북 상용 근로자 수는 2020년 63만 8400명에서 지난해 65만 500명으로 늘었다. 에코프로 외에도 충북과 경북에는 각각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배터리 관련 공장이 밀집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수도권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수도권에 집중되는 대표적인 이유로 부족한 일자리가 꼽힌다”면서 “양질의 지역 일자리가 늘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방소멸의 속도도 늦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코프로가 ‘제2의 에코프로’가 될 만한 지역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룹 산하 벤처캐피털(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는 투자금 중 70%를 비수도권 소재 벤처기업에 쏟아부었다. 누적 운용자산(AUM)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999억 8000만 원에 달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3년여 전 에코프로파트너스 설립 당시 “에코프로가 지방 벤처에서 지방대 출신 인력들을 고용해 세계적인 배터리 양극재 회사로 발돋움했다”며 “창업 당시 자금이 없어서 매일 돈 빌리러 다니는 게 나의 하루 일과였지만 이제 우리도 여유가 생겼으니 지방 벤처기업들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배터리 업계 외에 제지 업체들도 지역 고용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 한솔제지(213500) 천안 공장은 올해 2월 논산공업고와 산학 협력 사업 추진 협약을 맺었다. 이상현 공장장은 “수평적 조직 문화를 지닌 한솔제지에서 사회 초년생들이 잘 적응하고 미래의 한솔을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하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면서 “산학 협력을 통해 채용된 인력에 대해서는 장학금 지원은 물론 근무 중 군 입대를 할 경우 근속 인정과 함께 전역 후 복직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무림P&P(009580)의 경우 경남 진주에 위치한 경상국립대와 협약을 맺어 2019년 국내 최초로 대학 내 펄프·제지 산업에 특화된 ‘P&P화학공학전공’을 개설했다. 매년 졸업 예정자 대상으로 무림P&P 울산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실시하는 한편 졸업생들에게 입사 기회를 제공한다. 2024년도 2월 기준 총 31명의 졸업생들이 배출됐으며 이 가운데 14명이 무림에 입사해 현재 근무 중이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배터리 소재나 제지 업계가 앞으로 지역 고용 창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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