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트랜시스, 빈살만 이끄는 전기차 '시어'에 감속기 납품한다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4. 6. 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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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국부펀드·폭스콘 합작사
내년부터 전기차 2종 양산계획
트랜시스, 수조원대 계약 임박
감속기 생산능력 3년만에 3배
해외 車업체 납품 첫 사례될듯
연구조직도 전동화 개발 올인

전동화 신사업으로 전기차용 감속기를 생산하는 현대트랜시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신생 전기차 브랜드 '시어(CEER)모터스'와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트랜시스가 현대차그룹을 제외하고 해외 완성차 브랜드에 감속기를 수주하는 첫 사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시어모터스와 전기차 감속기 공급 계약을 맺기로 하고 생산 물량, 공급 계획 등 세부 사안을 최종 조율 중이다. 공급 규모는 수조원으로 파악된다.

감속기는 배터리가 모터에 전달하는 전력을 조절해 차량의 속력을 제어하는 장치다. 내연기관 차량에서의 변속기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모터,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 핵심 3대 부품으로 꼽힌다.

시어모터스는 사우디 국부 펀드 'PIF(Public Investment Fund)'와 대만 전자기기 위탁 생산업체 폭스콘이 합작해 2022년 설립한 전기차 제조사다. 2025년 양산형 전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시어모터스의 신차 프로토타입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회사가 사우디 정부 주도의 신사업 전략 핵심에 있기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부품업계는 앞다퉈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16년 석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신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제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시어모터스는 이사회의 의장을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맡아 운영하고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투자부 장관, 체육부 장관, 산업부 장관 등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을 정도로 시어모터스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육성 의지도 강하다. 2022년 말에는 당시 베트남의 첫 전기차 업체인 '빈패스트'의 초대 CEO를 맡았던 제임스 델루카 대표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같이 사우디 정부 주도로 적극 육성되는 시어모터스에 감속기 후발주자인 현대트랜시스가 첫 부품 공급 계약을 따냈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트랜시스는 2021년부터 현대자동차, 기아 등 계열사 물량 위주로 감속기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감속기 시장은 보쉬, 보그워너, 마그나 등 해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의 이번 공급계약은 2021년 감속기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지속적인 투자와 조직 강화가 결실을 맞은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트랜시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연간 생산능력은 2021년 41만대에서 지난해 92만대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올해는 이를 112만대까지 끌어올린 상황이다. 이들 감속기는 현재 현대차그룹의 주요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5, EV6, GV70 전동화 모델 등에 공급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전동화 신사업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트랜시스는 내연기관차 중심의 연구개발조직을 전동화 연구조직으로 대거 개편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연구개발 조직을 총괄하던 'P/T(파워트레인)연구개발본부'의 조직명을 '전동화 연구개발본부'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전동화설계실, 전동화제어개발실 2개 실에 불과했던 전동화 관련 연구실 조직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전동화시스템설계·구동설계·제어개발·시험개발·연구개발기획실 5개로 확대됐다.

이번 공급 계약을 통해 사우디 생산 거점 확보를 추진 중인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차는 2026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사우디 KAEC에 조립공장(CKD)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설 역시 PIF와의 합작공장 형태로 지어지며 연간 생산능력은 5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현대차와 PIF 간 진행된 'CKD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하면서 중동 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트랜시스가 감속기를 공급하는 시어모터스와 현대차의 CKD가 모두 KAEC에 위치하게 된 만큼, 현대트랜시스가 감속기 공장을 직접 이 지역에 설립해 물량을 생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트랜시스는 현재 중국, 인도, 멕시코 4개국에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KAEC에는 현대트랜시스가 시트를 공급하고 있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공장이 있는 만큼 추가적인 감속기 공급 수주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 마켓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감속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억7470만달러(약 2조6000억원)로 집계됐는데, 2033년까지 연평균 26.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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