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관에서 먹는 오마카세…백화점, '명품 미식'으로 승부수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백화점업계가 명품 DNA를 '식품관'에 심는다. 그동안 브랜드 유치, 체험형 콘텐츠, 매장 리뉴얼 등으로 이어졌던 백화점 간의 경쟁 구도가 '하이엔드 미식(美食)'로 옮겨지고 있는 것.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식품 코너에 신규 입점하는 한편 2호점을 내지 않았던 유명 식당이나 한식 다이닝, 오마카세 등을 도입해 '식품관의 명품화'에 나서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강남점과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만나는 경계선에 제3의 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House of Shinsegae)'를 열었다. 이곳은 식사 공간과 와인 저장고를 갖춘 '신세계의 집'에 초대된 고객들이 최고의 환대를 받으며 미식·쇼핑·예술이 어우러진 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1차로 오픈하는 미식플랫폼(B1~1층)은 '하이엔드 푸드홀'과 '파인와인(fine wine) 전문관'으로 구성된다. 호텔 칵테일 바나 스시 오마카세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카운터 테이블'과 개별 다이닝 룸을 도입했다. 백화점 푸드홀에서도 눈앞에서 셰프가 쥐어주는 스시와 손수 구워주는 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이엔드 푸드홀에는 2대가 함께 운영하는 한국식 스시집인 '김수사'가 들어선다. 창업 후 38년 만의 2호점이다. 1932년부터 4대째 이어져 오는 도쿄 장어덮밥 전문점 '우나기 4대째 키쿠카와',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손자 윤주성 씨가 뉴욕에 세운 '윤해운대갈비' 등 역사와 장인 정신이 담긴 12개의 매장을 만나볼 수 있다.
1층에는 약 1300㎡(400평)의 파인와인 전문관이 자리한다. 약 5000병 규모이며, 이 중 절반을 최고급 와인으로 구성했다. ▲전 세계에 몇 병 없는 희소 와인과 숙성 빈티지를 모아놓은 저장고(cellar) ▲저장고에서 구매한 와인을 바로 미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다이닝룸(PDR)' ▲와인 클래스를 위한 '러닝 랩'이 마련됐다.
공간 설계는 홍콩 인테리어 에이전시 AWOS가 참여해 호텔 로비처럼 사적이고 아늑한 느낌을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낮부터 밤까지 하루 동안 집에서 일어나는 채광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 시간대 별로 50~400럭스 사이에서 조도를 조절한다. 영업시간도 평일 기준 백화점 폐점 시간(오후 8시)보다 2시간 늦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백화점의 '콘텐츠'와 호텔 사업으로 쌓아 올린 '서비스' 노하우를 집결해 만든 신개념 공간"이라며 "올 하반기 1개 층을 추가 오픈하고, 오직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와 매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인천점 지하 1층에 '푸드 에비뉴'를 개장했다. 프리미엄 식료품점인 '레피세리(Lépicerie)'에는 고객의 취향에 맞춘 '프리미엄 오더 메이드'를 비롯해 요리 부담을 덜어줄 '프리미엄 간편 서비스', 세계 각국 고가의 생수를 맛볼 수 있는 '프리미엄 워터바' 등이 마련됐다.
국내외 65개 유명 식음료(F&B) 브랜드들도 입점했다. 전체 중 30% 이상인 22개 브랜드가 인천 지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매장들이다. ▲홍콩 현지식의 딤섬으로 유명한 중식 브랜드 '호우섬' ▲미슐랭가이드에서 5년 연속으로 선정된 대만식 우육면 브랜드 '우육미엔'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리뉴얼한 '타임빌라스' 수원점에는 프리미엄 푸드홀 '다이닝 에비뉴'가 들어섰다. 이곳 역시 한식, 양식, 일식, 디저트 등 전체 26개 F&B 중 80% 가량이 수원 지역 최초 매장들로 꾸렸다. 기존 푸드코트 시스템을 벗어나고자, 직원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주고 다 먹은 후에 식기를 정리해 주는 '테이블 딜리버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서울 압구정 본점 지하 1층에 기존의 푸드코트를 업그레이드한 신개념 미식 공간 '가스트로 테이블'을 열었다. 이곳도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직원이 자리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스마트폰으로 메뉴 확인과 주문, 계산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공간은 더 현대 서울, 더 현대 대구 지하 1층을 담당했던 일본 건축사무소 '시나토'가 디자인했다.
가스트로 테이블에는 유명 셰프들이 새로 개발한 레스토랑과 국내·외 유명 디저트 등 28개 브랜드가 들어섰다. 문승주 셰프의 일식 브랜드 '마키 산다이', 정호영 셰프의 '샤브카덴' 등 8개 브랜드가 이곳에 처음 문을 연다. 그동안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았던 서울 잠실 미트 파이 맛집 '진저베어'와 일본 도쿄에서 생 캐러멜 시폰케이크로 유명한 '마사비스' 국내 1호점도 만날 수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프리미엄 디저트에 힘을 줬다. 지난달 서울 명품관 '고메이494'의 새 단장을 마치고 ▲에그서울 ▲뮈에 ▲꼬모윤 ▲라뚜셩트 ▲베이코닉브런치바 ▲배러온더라이스 ▲킷사앤사보 ▲차백도 등 8개 브랜드를 순차적으로 오픈했다. 이중 6개 브랜드는 백화점 최초 입점 브랜드다.
차백도는 중국에서 연간 10억잔 이상 판매량을 기록한 밀크티 전문점으로 지난 1월 국내 상륙 후 백화점에 처음으로 문을 연다. 일본 레트로 카페를 일컫는 '킷사텐'을 콘셉트로 하는 성수동 디저트 카페 브랜드 '킷사앤사보', 프랑스 최고급 밀가루 포리쉐로 만든 베이커리 '뮈에'도 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백화점 식품관은 지점마다 비슷한 메뉴가 푸드코트 형식으로 입점해 있어 대형마트·복합몰과의 큰 차별점을 주기 어려웠다"며 "공간 디자인부터 입점 브랜드, 서비스까지 프리미엄으로 탈바꿈하고 백화점만이 할 수 있는 럭셔리리를 식품관에 도입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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