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집권 여당, “하원 개헌선 확보”···대법관 직선제, 선관위 규모 축소 개헌 주목

조문희 기자 2024. 6. 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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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집권 여당인 모레나(MORENA)의 대표 마리오 델가도가 지난 2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 집권 좌파 연합이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뒀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특히 하원에서는 개헌 가능 의석을 확보해, 현 정부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개헌 시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 여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마리오 델가도 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서 “(여당 연합이) 하원에서는 (총 의석의) 3분의 2를, 상원에서는 과반을 각각 차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복지와 공동 번영을 이루기 위해 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검토하고 재검표 절차를 거친 뒤 공식 결과를 발표하지만, 공식 결과도 여당 발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모레나·녹색당·노동당 좌파 연합은 자신들이 하원 의석 중 372석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멕시코 하원 총 의석은 500석이며, 이 중 3분의 2(334석) 이상을 가진 정치 세력은 개헌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멕시코 좌파 연합은 상원에서도 전체 128명의 과반인 83명 당선인을 배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도 여당 연합은 의회 내 다수이나, 이번 총선을 계기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 현재 여당 연합의 세 정당 의석은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276석, 70석으로 양원 모두에서 현재보다 의석수가 크게 늘어난다. 이번에 발표된 의석수는 여러 장밋빛 전망 가운데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앞서 선관위는 집권 좌파 연합이 상원 128석 중 76∼88석, 하원 500석 중 346∼380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간 레포르마와 엘우니베르 등 현지 언론은 여당 연합이 향후 개헌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원 의석이 개헌선을 넘는 만큼 개헌 드라이브를 걸기 용이한 데다, 과반인 상원도 야당에서 이탈표 2표만 확보하면 개헌선(85석)을 넘기 때문이다. 현 대통령에 이어 새 대통령이 여당인 모레나 소속인 점도 개헌 시도를 유력시하는 이유다. 지난 2일(현지시간) 총선과 함께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는 모레나 후보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새 정부와 여당 연합이 개헌으로 추진할 정책으로는 대법관 직선제 도입, 의회 규모 축소가 꼽힌다. 전자는 판사를 국민투표로 뽑자는 제안으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이 꾸준히 도입을 주장해 왔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취임 이후 정부의 공공 이익과 국가 안보를 위한 프로젝트를 국회 보고 없이 처리할 수 있게 하는 행정명령 등을 냈으나 사법부에 의해 무효화된 경험이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하원 의원을 500명에서 300명으로, 상원 의원을 128명 중 64명으로 줄이자고도 제안해 왔다. 선관위를 믿을 수가 없다며 ‘선관위 축소’ 개헌안을 냈다가 야당 반대로 좌초된 적도 있다.

에너지 관련 개헌안도 다시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22년 민간기업의 에너지 점유를 제한하고 국영기업인 연방전력위원회의 통제 범위를 넓히는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하원에서 부결된 바 있다.

로이터는 “(개헌안이) 중요한 감독 기관을 없애고 사법 독립성을 약화시키며 행정부에 더 많은 권력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인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안과 관련해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셰인바움 당선인의 ‘멘토’라고 불린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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