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 18개 상임위 독식 수순…野 독주에 與 '속수무책'

차현아 기자, 이승주 기자 2024. 6. 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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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6.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 11개 주요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단독 선출키로 하면서 22대 전반기 국회는 사실상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향후 민주당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선점하게 되는 수순으로 이어지면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헌정 사상 최초 야권 과반 의석을 등에 업은 야당의 독주를 막을 방법이 마땅히 없어 앞으로 한동안 속수무책일 것이란 관측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할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의사과에 민주당 몫으로 정한 11개 상임위원장 후보 명단을 제출했고,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는 수순을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인 선출안에 따르면 법사위원장은 4선의 정청래 최고위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재선의 최민희 의원이 맡게 된다. 이 외에 △운영위원회(박찬대) △교육위원회(김영호) △행정안전위원회(신정훈) △문화체육관광위원회(전재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어기구) △보건복지위원회(박주민) △환경노동위원회(안호영) △국토교통위원회(맹성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박정) 등이 선출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충분히 대화와 협상을 이어왔으나 국민의힘이 응하지 않아 국회법에 따라 단독으로라도 11개 상임위원장부터 우선 선출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이 막판 협상에 참여한다면 전체 18개 상임위원회 중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는 내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어차피 법사위와 운영위를 빼앗겼으니 남은 상임위를 민주당이 다 가져가게 해서 피해자 입장을 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남은 7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안도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애초에 국민의힘이 협상에 진지하게 응할 의사가 있었다면 이견이 없는 국민의힘 몫의 국회 부의장 선출은 했어야 할텐데, 이것도 하지 않았으므로 국회를 열 의사가 없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18개 전체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몫이 되는 것은 불가항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 주요 법안 처리와 함께 동해 일대 석유·가스가 매장돼있다는 '대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현안질의 등을 위해 각 상임위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주요 법안을 상임위에서 본회의까지 야당 단독으로 여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안 상정과 회의 진행 권한은 상임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이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 등 논의를 위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고 있다. 2024.6.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 참여를 전면 거부함과 동시에, 당 정책위원회 산하 15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부처 단위 당정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민주당을 겨냥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 방탄 입법에 나선다며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 잠시 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따른 비판 여론이 일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관측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지금은 '총선 민심'이라는 것이 있어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고,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과 대통령 지지율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특위를 단독으로 연다면 그 비판은 민주당이 아닌 (야당과 협치하지 않는) 여당에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민주당은 18개 중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해 비판을 받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 평론가는 "당시는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이었지만 지금은 야당이므로 (국회 마비로 인한) 국정 운영 차질은 걱정할 것이 없다"며 "(사법리스크 방탄이라는 비판도) 지방선거 때나 그 결과가 나올 것이므로 민주당은 지금 필요한 결정을 내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안) 등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작정 국회 일정에 불참할 수 없는 입장이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도 "아무리 보이콧하고 싶어도 어차피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막기 위해 국회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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