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1.4배 늘었다…정부, 대지급금 지원 등에 2800억원 추가재원 투입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후 저소득 근로자 민생안정 지원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을 현장방문, 민원상담실 일일고객지원관으로 임금 및 퇴직금 체불과 관련 민원인과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임금체불 사업장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가 체불 피해 근로자 지원을 위해 재정을 추가 투입한다. 체불 임금에 대한 대지급금 지급과 체불 사업체 및 근로자에 대한 융자지원 등을 위해 약 28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확충한다. 저소득층 근로자의 의료비나 혼례비 등 긴급생활 자금 융자지원도 강화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10일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을 방문해 이같은 내용의 임금채권보장기금 및 근로복지진흥기금 기금운용계획 변경 계획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노동현장 민생토론회에서 제기된 악성 임금 체불 근절과 체불 피해 근로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한 후속조치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4월 임금체불액은 7518억원으로 전년 동기(5359억원) 대비 1.4배 증가했다.

임금체불 사업장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건 당초 예상보다 건설경기 부진 등 경기 회복에 부문간 격차가 나타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또 2021년 간이 대지급금 절차를 개선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대지급금이란 근로자의 미지급 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김정애 기재부 고용예산과장은 "기존에는 법원에서 재판상 도산을 인정받거나 임금청구소송에서 승소했을 때 간이 대지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지만 2021년에는 체불확인서만 발급받으면 대지급금이 나가도록 절차를 개선한 바 있다"며 "이 부분도 (임금체불액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임금채권보장기금과 근로복지진흥기금의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체불 임금에 대한 대지급금 지급과 체불 사업체 및 근로자에 대한 융자지원 등을 위한 추가 재원 약 2800억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올해 4747억원 편성된 대지급금 사업 예산을 2216억원 추가 확충한다. 일시적 경영애로 등으로 임금을 체불했지만 임금 지급 의지가 있는 사업자를 지원하는 '체불임금 청산 사업주 융자사업'과 임금체불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에 저리로 생계비를 융자해주는 '체불근로자 생계비 융자사업'의 예산도 기존 402억원에서 252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아울러 정부는 저소득 근로자의 의료비와 혼례비, 장례비, 양육비 등 긴급한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생활안정자금 융자 사업' 예산도 기존 885억원에서 300억원을 추가 확충키로 했다.

동시에 정부는 악성 입금체불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이주섭 범부처 민생금융지원단장은 "우선적으로는 체불이 안 일어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악성 임금체불을) 제재하기 위해 4월 처리지침을 마련해 고용부에서 시행 중이고 상습체불자를 신용제재하는 것도 국회를 통해 (법을 개정해) 대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현장방문에서 최 부총리는 '일일 고객지원관'으로 나서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근로자 등으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또 피해 근로자의 체불신고 이후 지급 요건 확정 절차나 대지급금 지급 등 지원 과정 전반에서의 불합리한 현장 애로 등도 점검했다.

최 부총리는 "임금체불이나 저임금으로 애로를 겪는 근로자들이 재취업이나 전직을 희망할 경우 직업훈련·취업지원 등 지원정책들이 촘촘하게 연계 제공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청취해 정책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