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너무 잘해주면 전학을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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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자폐성 장애)은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특수학교로 전학했는데 전학에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모두가 너무 잘해줘서'였다.
새로 부임한 특수학급 특수교사도, 원적학급(1학년 5반, 2학년 3반 등) 담임도, 반 친구들도 "동환이는 장애가 있으니까"라며 아들이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이해하고 배려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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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자폐성 장애)은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특수학교로 전학했는데 전학에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모두가 너무 잘해줘서’였다. 새로 부임한 특수학급 특수교사도, 원적학급(1학년 5반, 2학년 3반 등) 담임도, 반 친구들도 “동환이는 장애가 있으니까”라며 아들이 무엇을 하든 무엇을 하지 않든 이해하고 배려해준 것이다.
그러자 아들이 달라졌다. 1학년 땐 책상에 앉아 능히 40분 수업을 버티고 견디던 아들이 2학년 때부턴 교실 뒤 맨바닥에 눕기 시작했다. 아들 입장에선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것보다 선생님이 깔아준 요가 매트 위에 누워 있는 게 훨씬 편하고 좋았다. 인지 기능과 사회성 발달이 낮은 아들은 그것이 선의에 의한 일시적 배려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등교해서 눕는 일을 일상의 당연한 루틴이자 권리로 여기게 되었다.
한 달 정도 지나 “아차!” 싶었던 특수교사와 담임이 아들을 책상에 앉히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아들에게 한번 고정된 패턴을 바꾸는 건 내가 일주일 만에 10kg을 감량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어려운 일이다. 결국 “학교에 가면 눕는다”는 명제가 머릿속에 입력된 아들은 통합교육 받는 의미가 없게 되었고(사실 학교에 가는 의미 자체가 없게 되었다) 특수학교로 전학하기에 이르렀다.
매슬로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인정과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5단계로 이뤄져 있다. 초등 2학년 때 아들 상황을 매슬로 욕구 단계설에 대입해 보면 당시 아들은 안전 욕구까지 채워진 상태에서 소속과 애정의 욕구단계로 넘어가지 못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교사들이 많은 사랑을 주었지만 ‘친구들과 다른 나’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자신 또한 반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친구들은 앉아 있는데 혼자만 누워 있는 나’의 위치를 고수했던 것도 강박적 루틴과 더불어 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이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들이 어릴 때는 부모인 나조차도 아들의 ‘장애’에 매몰돼 있어 아들도 나와 똑같은 욕구와 감정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지금은 안다. 아들도 나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그냥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간의 삶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만 보장된다고 끝이 아니다. 모든 학생은 학교라는, 생애 처음 정식으로 마주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소속의 욕구, 인정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성취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반)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이 생기면서 더 나은 인간으로 변화하고자 한다.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장애’를 배려하는 데 집중해 해당 학생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채워야 할 욕구조차 외면하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직도 현장에선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류승연 |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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