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대북 확성기 방송, 전략·작전적 상황 고려... 융통성 있게 시행"

이종윤 2024. 6.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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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재개된 확성기 방송, 오늘은 가동 않겠다 밝혀
"北 기존 수사적 위협에 차이 있어"…수위 조절 분석도
전문가, 김여정의 발언→실체적 도발 연결 예의주시...
韓 적시·대칭적 대응...복합도발 대비, 명분구축도 필요
[파이낸셜뉴스]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이 10일 오전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확성기 및 오물 풍선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대북 확성기 방송은 현재까지 실시하지 않았고 오늘은 없다며, 다만 북한이 비열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즉시라도 방송할 준비는 됐다고 전했다.

이어 합참은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으나 현재까지 대남 방송은 없었다며,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 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합참은 대북 확성기 방송과 관련해 "전략적, 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언론브리핑에서 '어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2시간 만에 중단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9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전날부터 대남 오물풍선 330여 개를 살포했고 오전까지 우리 지역에 80여 개가 낙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잠실대교 인근, 인천 앞바다 등에서 발견된 대남 풍선. 사진=합참·독자 제공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전략적, 작전적 고려 융통성 있게 시행 방침

우리 군은 북한의 연이은 오물 풍선 살포에 따른 대응 차원에서 2018년 이후 6년 만인 9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은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대남 오물 풍선 310여개를 추가로 살포했다.

이 실장은 "장비의 휴식 등도 고려해야 하고 또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작전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현황과 위치는 전방 작전병력들의 안전상 세부내용을 즉각적으로 공개 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응해 대남 오물 풍선을 추가로 살포했는데도 방송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취지의 추가 질문에도 "전략적, 작전적 상황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한다"고 재확인했다.

이 실장은 '오늘도 확성기 방송을 계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작전 시행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대북 확성기 재개 때처럼 북한이 포격 도발로 대응할 경우의 장병 안전 확보 대책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는 방호가 되는 곳에서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며 "또 필요한 장구류를 착용하고 있고, 공격받았을 때는 즉각 응징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 쉽게 (북한이) 도발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저녁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실장은 김 부부장이 언급한 '새로운 대응'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또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따라서 새로운 대응이라는 것도 우리 군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만 "어제 김여정 담화는 기존과 약간 수사적 위협의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계자는 "어제 김여정 담화의 톤은 그리 강하지 않다. 조준 타격 등 강한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수위를 조절해서 발표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8~9일, 9~10일 등 4차례에 걸쳐 총 1600여 개의 오물 풍선을 우리 측으로 날려 보냈다.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 초소에 기존 대북 방송 확성기가 있었던 군사 시설물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김여정 발언은 도발예고+도발 명분쌓기 셈법

군사 외교 안보전문가는 또다시 김여정이 전면에 나선 의미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최근 북한의 행보를 보면 ‘김여정의 발언’과 ‘실체적 도발’을 반드시 연결시키려는 공식을 가동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김여정이 담화 3일 만에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김여정 발언은 의미는 '조건에 기초한 도발 예고’와 ‘명분 쌓기’라는 중의적 셈법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김여정은 대응의 조건으로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동시 진행을 전제로 달아, 대북전단 혹은 대북 확성기 중 하나만으로는 '새로운 대응'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란 우회적 표현도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그렇다고 북한이 이 둘 중 하나만 진행하면 도발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도 아니라며, 이 둘 중 하나만 진행 시에도 새로운 도발이 아닌 과거와 비슷한 방식의 도발은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 센터장은 "북한은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이 새로운 도발에 나선다면, 그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펼침으로써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셈법이 있다"며 "이러한 배경 간파와 함께 '담화와 도발 연계'라는 공식이 가동되는 상황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김여정이 발언한 이상 어떠한 형태로는 후속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새로운 도발'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치밀하게 따려보려는 노력을 경주하면서 적시적·대칭적 대응이 될 수 있도록 복합도발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반 센터장은 "이와 병행해 우리는 북한에 대해 외교적 해법을 지속적으로 주문하면서 차후 북한이 도발시 이에 상응하는 고강도 대처에 대한 한국 차원의 명분구축 과정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사진=조선중앙TV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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