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터뷰] "무한도전도 시행착오 겪어"…김태호 PD, '지구마불' 역전의 마법

최보란 2024. 6.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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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때도 시행착오가 있었으니까요."

예능의 대가로 통하는 김태호 PD지만, 그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늘 시작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면 MBC'놀면 뭐하니?'도 처음 선보였을 땐 긍정적인 반응보다 비판이 많았다. 하다못해 버라이어티 예능의 바이블로 꼽히는 MBC'무한도전'도 '국민 예능' 타이틀을 얻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부터 대박을 터뜨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딛고 발전을 거듭해 결국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최근 종영한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 시즌2는 결국은 시청자들의 평가를 역전 시키는 김태호 PD의 기획과 연출력을 또 한 번 증명한 프로그램이다. 시즌1시작 당시에는 여행 콘텐츠에 있어서 이미 완성형인 크리에이터들을 TV로 데려와 괜히 매력을 반감시켰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에 굴하지 않고 크리에이터의 참신한 기획에 베테랑 제작진의 노하우, 그리고 시청자들의 니즈 사이의 영점을 찾는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시즌 통합 최고 시청률 경신, 유튜브 조회수 2400만 뷰 돌파 등의 기록을 쓰며 시즌3에 대한 청신호를 켰다.

Q. 시즌2에서는 게스트 출연과 미션 등을 가미해 저번 시즌과 다르게 좀 변주를 줬다.

김태호 PD : 시즌1은 '크리에이터 세 분의 작업 방식을 한번 배워 보자'라는 생각에서 판을 벌였다. 그걸 ENA에서 가능성 보시고 방송할 기회를 주셨다. 시즌2는 조금 더 방송 친화적으로 만들어보자 싶었다. 시즌1할 때 크레이터들이 혼자 여행하는 게 외로울 때가 많고, 콘텐츠를 만든다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크리에이터들의 여행기를 좋아해 주신 분들한테 반감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혼자 하는 여행도 재미있고 누군가 함께할 때 즐거움이 배가 되는 모습을 보여서 그런지 시청자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김훈범 PD : 세 분은 여행에 대한 역치가 이미 최고조인 상황이어서 여행과 콘텐츠에 활력이 될 파트너들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곽튜브 같은 경우에는 박준형과 나자레 여행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파트너가 없으면 생길 수 없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순기능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성향이 다른 '파워J' 원진아와 '슈퍼P' 원지 같은 경우에는 같이 여행을 하면서 양극단에 있었던 부분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도 좋았다. 크리에이터들도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했기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Q. 시즌2에서 크리에이터 세 분에게 바랐던 점이 있다면?

김태호 PD : 시즌1 때는 아무래도 유튜브를 염두에 두고 '제작 방식을 배워보자'라는 생각이 있어서, 세 분의 콘텐츠 결을 따라가려고 했다. 시즌 2는 역으로 이분들의 방송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시너지가 날까에 대한 고민을 했다. 가령 시즌 1 때 크리에이터들이 갖고 있는 공통된 의견이 "유럽을 가면 망한다", "동물이 나오면 여행 콘텐츠는 안 된다"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좀 깨졌고, 제작진과 협의하면서 같이 하다 보면 훨씬 더 방송에 적합한 콘텐츠 나올 수 있다는 서로의 신뢰가 생겼던 것 같다.

김훈범 PD : 시즌 1 때는 서로 플랫폼 기준이 다르다 보니 100% 합치가 안 된 상태에서 촬영을 했다면, 시즌 2 같은 경우에는 서로의 성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부분은 유튜브스럽게 접근하고 어떤 부분은 방송적으로 찍었는데, 말 안 해도 물 흐르듯이 잘 됐다. 서로 협동이 잘 이뤄진 촬영이었다.

Q. 여행 예능이라 돌발 상황들도 있었는데 가장 위기였던 순간은?

김훈범 PD : 동료 제작진들들한테 제일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빠니보틀이 소매치기당했을 때 (방송 분량이 나와서) 좋지 않았냐"였다. 저는 오히려 걱정이 됐다. 저도 소매치기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날 하루를 완전히 멍한 상태로 지냈기 때문에, 다행히 워낙 베테랑이신 빠니보틀님 "멘털부터 챙겨야 된다, 돈을 찾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런 말을 해준 걸 추후에 방송에서 보고 안심이 됐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여행에 있어서 정말 도가 트신 분이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Q. 에티오피아에서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 도움을 준 안나의 정체는? 각 나라별로 어떤 대비책들이 있었던 건지?

김태호 PD : 안나 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이다. 커피 사업을 하시려고 20대 혼자 아프리카에 가셨던 분인데, 작년에 사석에서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사실 저희가 검색했을 때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안나 님이 일타 강사처럼 알려주셨고, 언젠가 큰 도움 되시겠다 생각했는데 소매치기당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안나 님이셨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수리 부족까지 만날 수 있었던 상황이 됐다.

김훈범 PD : 나라를 선정할 때 콘텐츠도 콘텐츠지만 치안이 제일 우선적이라서 외교부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정보들을 잘 살핀다. 또 현지에 계시는 소개 받은 분들이나 혹은 선교사분들을 통해서 정보를 파악 후 여행지를 선택한다.

김태호 PD : 에티오피아가 이미 세 분이 다 갔다 온 곳이기도 해서 빠니보틀님도 조금 안심했는지 두 분만 이동하시다가 그런 일을 당한 듯하다. 보통은 현지 코디네이터를 따로 고용해서 안전과 이동에 대해서는 도움을 받는 편이다.

Q. 주사위를 굴려 즉흥적으로 떠나다 보니까, 어마어마한 준비 작업이 필요할 듯한데?

김태호 PD : 주사위를 던지는 결과를 저희가 예측하고 움직일 수는 없다. 모든 변수를 생각해야 하고, 나라를 선정할 때도 나라별로 몇 개의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지 계산하고 회의한다. 크리에이터들의 기본 지식이 있지만 현장에서 벽에 부딪혔을 때 저희가 꺼낼 수 있는 카드도 갖고 가야 한다. 시즌 1이나 다른 여행 예능과 차별성이 크지 않으면 숙소를 제공한다든지 아니면 본부나 황금 열쇠를 통해 장치를 넣었다.

김훈범 PD : 크리에이터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다. 어떻게 보면 크리에이터들도 한 템포 쉴 수 있는 그런 기능도 하는 것 같다.

김태호 PD : 숙소 같은 경우는 예약했다가 못 가면 예약금 날리는 정도지만, 인도나 본부처럼 촬영을 해야 되는 것들은 미리 제작진이 가 있어야 되니까, 안 걸릴까 봐 사실 조마조마했다. 인도 같은 경우는 다른 팀도 걸릴 수 있어서 3주 이상 체류했다.

Q. 특별한 장치를 준비했지만 안 걸려서 아쉬운 나라가 있나?

김태호 PD : 시즌1 때 가장 콘텐츠가 재미없었던 나라로 싱가포르가 언급돼서 싱가포르에 대한 준비도 조금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경우도 이색 숙소라든지 있었는데 넘어가서, 다음에 다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훈범 PD : 이번에 못 가게 된 베냉은 저희도 지도를 보다가 '여긴 뭐지' 하면서 접근한 나라다. 실제 계시던 선교사분들과 연락을 하면서 새롭겠다고 생각했었다.

Q. 포르투갈 본부가 나왔을 때 김태호 PD도 함께 했는데, 출국 준비를 미리 해 놨나?

김태호 PD : 거기는 주사위를 던져서 걸리면 바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바로 2시간 뒤에 비행기가 있었다. 그래서 트렁크를 갖다 놓고 진행을 했다. 혹시나 파트너들과의 뭔가 케미가 안 맞으면 거기서 바꾸기를 한다거나, 아니면 다음 목적지를 선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형태의 게임들도 준비가 됐는데 결국 안 했다. 전혀 후보지에 없었던 나자레를 박준형이 계속 얘기했다고 그래서 저희가 준비했던 것 중에 후보가 원래 마데이라가 있었는데 그것을 포기하고 그냥 가게 했다. 저희가 갖고 갔던 게임 큐시트는 거의 무용지물이 됐던 상황이긴 한데,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더 인간적이고 더 공감가는 결과물로 나온 것 같다.

Q. 게임이나 장치를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인데, 요즘 예능은 좀 더 담백하게 흐르는 대로 담는 것이 트렌드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나?

김태호 PD : 예전부터 제일 중시한 건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컨디션이다. 저희가 아무리 100가지를 준비해도 그걸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억지로 시킬 수는 없는 거고 반대로 저희가 준비한 게 10가지인데 1시간 만에 10가지 소화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연출 방식보다도) 현장이 가장 중요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김훈범 PD : 저희만의 구성안을 관철시켜야 저희도 보람이 있고 해야 재미있을 것 같은 그런 순간들이 있는데, 현장 상황에 따라서 그런 것들이 저의 욕심이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요즘 같은 경우에는 굳이 안 해도 괜찮겠다 싶은 것들은 유연하게 넘어가는 편이다. 선배님(김태호 PD)도 연출 성향이 "싫으면 굳이 강요할 필요는 없다"라는 방침이고, 시청자들도 억지로 하면 다 아시더라. '지구마불' 같은 경우에는 즉흥성과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무기인 듯하다.

Q. 세 분의 방송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했는데 예를 든다면?

김태호 PD : 곽튜브 같은 경우 시즌 후반에서는 웃음에 대한 설계 같은 것들을 꽤 많이 하더라. 빠니보틀은 스튜디오 녹화할 때 상황에 대한 정리를 상당히 잘하셔서 제3의 MC로 활용할 때가 있다. 원지는 본인만의 색깔이 강했는데 상대방을 좀 배려하면서 받아들이는 그릇이 훨씬 넓어진 것을 느꼈다.

Q. 시즌1 우승 상품이었던 우주여행을 결국 못했는데.

김태호 PD : 사실 저희가 회의하고 준비한다고 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저도 항상 기다리고 있다. 10년째 계속 제가 대동강 물 팔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Q. '지구마불' 몇 시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

김태호 PD : 시즌3는 아마 7월쯤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지구마불'은 회사가 생기고 거의 동시에 시작된 프로젝트이기도 해서, PD들의 성장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앞으로 회사의 제작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리즈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세 나라에서 동시에 이루어진 여러 결정들이 결국은 '지구마불'이라는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게 된다. 하지만 변화가 없다면 지속 가능성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고민해야 한다.

Q. 마지막 여행지가 대중적인 여행지여서 새로운 그림이었다. 시즌3에도 영향을?

김태호 PD : 저희가 익숙한 나라들로 갔을 때 약간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걸 원하면서도 가끔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끼지 않나. 그래서 4라운드가 약간은 좀 생경한 곳들, 낯선 곳들을 매력적으로 그렸다면, 반대로 5라운드는 익숙한 것들 안에서 새로운 매력이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다.

Q. 여행 콘텐츠를 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김태호 PD : 빠니보틀이 상암 사무실에 있다가 공항 가는 택시에 탔을 때 기사님이 하셨던 말이 떠오른다. "너무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얘기가 사실 제작진한테 큰 메시지를 줬다. 또 곽큐브가 "절벽 호텔이나 나무 위에 있는 둥지 호텔 같은 경우는 사실 시청자들이 직접 가기는 쉽지 않은 곳이라 대리만족을 느낀다면, 5라운드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 가면 시청자들이 '이런 여행은 해볼 수 있겠다'라고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말하는 걸 듣고 두 가지가 적절히 섞이는 것이 가능하겠다 싶었다. 여행 콘텐츠가 '나 저기 가봤는데' 하면서 보는 경우도 있고 '저긴 어디야' 하면서 보는 경우도 있다 보니까 둘 다 만족시켜야 되는 것 아닐까.

김훈범 PD : 내가 가지 못해서 힐링과 새로운 욕구를 충족하면서 본다든지, 혹은 가봤다면 그때의 추억을 상기시키면서 보는 추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또 여행 프로그램이냐'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오면서도 계속 사랑받는 것 같다.

Q. 지속 가능한 예능이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김태호 PD : 계속 얘기하는 것들이 "파일럿 하나로 평가하고 판단하려고 하지 말자"는 것. 가령 '무한도전' 때도 앞에 시행착오가 있다가 결국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찾아서 진행했던 거고, '놀면 뭐하니?'도 5주를 실험 삼아 해보다가 중요한 포인트를 찾았던 것처럼, 결국은 그 영점 조정하는 과정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행을 하다 보면 '올드 해졌다', '시류에 안 맞다' 이런 표현들은 안 나오지 않을까. 처음엔 두렵더라도 우선은 대중들한테 던져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너무 처음 던졌을 때 명중시키려고 하는 욕심과 기대치가 결국은 후속 행동들을 막는 일이 되기도. 큰 기대 없이 움직였을 때 오히려 더 빨리 영점을 찾는 것 같아서 '지구마불'도 어떻게 보면 "그냥 여행 유튜버들과 한번 재밌는 콘텐츠 시작해 보자"라고 했던 그 작은 생각이 여기까지 온 거다.

Q. 제작사 테오의 향후 계획은?

김태호 PD : 10명 정도 안 되는 후배들과 시작한 작은 회사, 뭔가 다문화 같은 제작사였다면 이제 2~3년 지나고 여러 콘텐츠들을 하면서 저희의 장점이 뭔지 그리고 크레이터들의 장점이 뭔지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걸 잘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머물면 안 되고, 계속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김훈범 PD : 저희가 함께했던 파트너분들과도 따로 작업을 하고 싶고 콘텐츠도 좀 생각해 놓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지속 가능한 것들을 하면서 확장 시킬 수 있는 영역을 계속 생각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김태호 선배님 말씀처럼, 저희가 어떻게 보면 출신 성분이 다 다르다 다양한 의견이 많이 나와서 항상 새롭고 재밌는 경험을 하고 있다.

[사진 = E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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