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헌법 소원 초강수' 세계 유일 명지대 바둑학과 폐과 배수진
"헌법 소원이 진짜 승부·소수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최종 방법"
2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건 중 1건은 기각
명지대 측 "헌법 소원도 기각 건과 동일한 판단 예상한다"
명지대학교의 바둑학과 폐과 결정을 반대는 수험생 등이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이번에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나서는 등 초강수를 두며 맞서고 있다. 이른바 배수진을 친 셈으로, 법적 공방이 헌법재판소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10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바둑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재수생, 검정고시 합격자 등 명지대 바둑학과 응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18명(원고)은 지난 7일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사단법인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명지대의 바둑학과 폐과 내용이 담긴 입시 계획 변경안을 승인함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를 당했다는 것이 심판 청구 내용의 골자다. '헌법 소원 심판 청구'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 법률에 의해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사람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일을 말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청구할 수 있다.
이들 18명 원고는 바둑학과를 폐과하면 수험생으로서 응시할 곳이 없다는 점을 가장 문제삼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4월말 명지대가 2025년에 21명 바둑학과 정원을 선발하겠다고 공시한 입시 계획안을 올해 4월 30일 급히 변경, 바둑학과가 폐과됨에 따라 수험 계획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입장이다.
2025년 명지대 바둑학과의 수시 전형이 오는 9월 시작되는 것을 감안할 때 수험생 입장에서는 입시 4개월여를 앞두고 목표 했던 학교의 학과가 돌연 사라지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접한 셈이다. 다른 학과의 경우 입시 계획안이 변경, 폐과된다 해도 다른 학교로 진학하면 되지만 바둑학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명지대에만 설치·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원고들의 설명이다.
이들 원고는 명지대 바둑학과 진학을 위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6년, 길게는 10여년 준비한 학생들이 다수다. 교육권(교육받을 권리) 침해와 함께 명지대의 입시 계획안을 믿고 준비한 것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 등을 문제삼고 있다.
헌법 소원과 관련,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사전 제기한 2건의 가처분보다 헌법 소원이 진짜 승부라고 판단한다. 소수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최종의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당초 2022년 12월 명지대와 명지전문대를 통합한다는 명분으로 바둑학과 폐과가 추진될 때도 우려를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폐과될지는 수험생들이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2023년 4월 입시 계획안에 2025년까지 선발한다고 공시했으면 당연히 학생들은 명지대와 명지전문대의 통합이 될 때까지는 바둑학과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해 입시를 준비했을 것"이라며 "이 같은 신뢰를 줘놓고 돌연 폐과가 결정되니, 수험생들 입장에서 마음의 준비도 할 시간이 없게 됐다"고 원고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가처분 건, 법원 "학칙 개정, 적법" vs 원고 측 "항고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 기대"
앞서, 지난달 20일 남치형, 다니엘라 트링스(Daniela Trinks)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바둑학과 재학생, 한국바둑고등학교 고3 학생, 입시생 등 69명은 사단법인 대학교육협의회와 명지대를 대상으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변경 승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또 남 교수와 다니엘라 트링스 교수, 김한결 바둑학과 학생회장을 포함한 재학생 40여 명은 명지대를 상대로 '개정 학칙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서류를 지난달 14일 법원(서울서부지법)에 제출했다.
(CBS노컷뉴스 5월 27일자 보도·'결국 법정行' 세계 유일 명지대 바둑학과 폐과 후폭풍), (CBS노컷뉴스 4월 12일자 보도·[단독]바둑·택견 줄폐과, 예외 法 벅용 '의대 증원 판박이'), (CBS노컷뉴스 3월 28일자 보도·'세계 유일 학과인데…' 택견에 바둑까지 줄폐과, 왜?)
이들 2건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중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변경 승인 효력 정지 가처분'의 경우 지난달 31일 기각됐다. 법원이 학교의 손을 들어 준 셈으로, 재판부는 "학칙 개정은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남 교수 등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반대해 즉시 항고했다. 항고심은 서울고법에서 열린다. 또 다른 소송 건인 '개정 학칙 효력 정지 가처분'은 11일 첫 변론이 열린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 판단에 대해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수험생들의 신뢰를 침범하고 교육권을 침범한 학칙 개정에 대해 아무도 중간에 제지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판결해 달라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고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수험생들을 봐주길 바란다. 2025년에 바둑학과 입학을 위해 오랜 세월 준비한 친구들이 갈 곳이 없어진 이 상황만은 막았으면 한다. 수험생들을 위해 다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으면 한다"며 "항고심에서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처분건 기각 판결에 대해 명지대 기획조정실 간부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기각이 됐기 때문에 수시 모집 등 종전대로 학사 일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 소원에 관련해서는 "학칙 개정이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 됐기 때문에 헌법 소원도 기각과 동일한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2건의 가처분 신청과 헌법 소원 심판 청구는 모두 법무법인 지평(대표 변호사 박성철)이 대리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dk7fl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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