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사로잡은 태국 소년들의 사랑…日서 2만 관객 동원해 콘서트까지
제작자 "성평등과 혼인 평등을 옹호하는 BL 시리즈에서 기회 본다"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아시아가 태국 로맨스 드라마에 스며들고 있다. 우울에 빠진 중국 여성에게 위안이 되는가 하면 일본에서는 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연일 넷플릭스 세계 순위에서 상위권을 석권하는 K드라마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태국은 성적 소수자(LGBTQ+) 장르 로맨스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AFP통신은 태국의 드라마가 멋진 커플과 로맨틱한 시나리오, 솔직한 '나다움'에 대한 스토리로 여성 시청자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태국의 이른바 BL(Boy's Love) 드라마 콘텐츠는 온라인에서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한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동성 여성들의 사랑을 다룬 GL(Girl's Love) 콘텐츠도 덩달아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 정부의 BL 콘텐츠 금지령도 이런 인기를 막지는 못했다. 중국에서 태국의 '러브 바이 찬스(Love by Chance)'를 보고 태국으로 이주까지 한 황빙빙(36)은 "좋아하니까 우리는 그것을 찾을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올해 한 BL행사에 중국팬을 대표해 1000달러(약 138만 원) 상당의 태국 바트화로 만든 화환을 선물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에 사는 키라 투하 트린은 TV를 보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이 장르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BL 드라마 콘텐츠는 한 시즌에 보통 한 편 뿐이라며 "태국이 더 나은 (BL 콘텐츠)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야오이'라는 이름으로 BL 장르를 창시했던 점을 고려하면 태국 BL이 본토에서도 약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 사이 태국의 BL 콘텐츠 제작은 급증세를 보였다. 탐마삿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푸윈 분야베체윈에 따르면 2014~2018년 사이 불과 19편에 그쳤던 BL 드라마는 2021년에 29편으로, 2022년에는 75편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푸윈은 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보수적인 사회에서도 BL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해당 국가의 팬들은 더 신중한 편이라고 설명헀다. 사회 문화적 시선 때문에 공개적으로 BL팬을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작사들은 자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팬 이벤트 개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팬데믹이 어느 정도 진정된 후인 2022년 8월, 요코하마의 한 아레나에서 BL 드라마의 주역을 맡은 태국 배우 11명이 관객 2만 명을 동원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일본 팬들을 사로잡은 드라마 '투게더(2gether)'를 제작한 GMMTV의 최고경영자(CEO) 사타폰 파니크락사퐁은 배우들을 매개로 국제 시장에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는 NHK에 "우리는 국적·종교·언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이전에 태국 내부에서도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태국은 LGBTQ+에 관용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올해 말 동남아에서는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태국의 성소수자 운동가들은 BL 드라마가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직면한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사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지적한다.
푸윈은 "태국에서 게이 남성의 삶은 때때로 비극적이다. 가족 등 관련 문제가 있지만 아무도 비극을 소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극복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러브 바이 찬스에 출연한 세인트 수파퐁 우돔케오칸챠나(26)는 지난 2020년 자신의 TV 제작사를 설립했다. 그는 최근 '소녀들의 러브쇼'의 출연진 겸 제작진으로 합류했다.
그는 AFP에 "저는 성평등과 혼인 평등을 옹호하는 BL 시리즈에서 기회를 본다"고 말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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