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형 맞춰 통화 품질 향상… `ICT노벨상` 받은 CDMA 주역들
용량 10배높인 디지털 상용화
SKT, 국내 기업 최초로 등재
유영상 "개척DNA로 AI 선도"
"하나, 둘, 셋, 제막."
10일 오후 2시 서울 을지로 SKT 본사. SK텔레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이동통신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주역들이 모여 박수 소리와 함께 줄을 당기자 '글로벌 ICT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전기전자공학협회(IEEE) 마일스톤(이정표)' 금색 현판이 SKT타워 외벽에 드러났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 이동통신 사례가 'IEEE 마일스톤'에 등재됐다. 1884년 토머스 에디슨과 그레이엄 벨 주도로 창설된 전기·전자공학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IEEE는 1983년부터 인류 사회와 산업 발전에 공헌한 역사적 업적에 시상하고 있다.
SK텔레콤과 ETRI, 삼성·LG전자는 1990년대 이동통신의 수요 폭증에 대응해 통화용량을 아날로그 방식보다 10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CDMA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시 세계 기업들은 시분할다중접속(TDMA)을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였지만, 우리 정부는 더 큰 용량을 수용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우수한 CDMA를 선택해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높은 인구 밀도와 산과 강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지형에 맞는 통신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이후 상용 시스템 개발 1년만에 CDMA 자체 장비를 개발하고, 1996년 인천·부천 지역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용화 9개월 만에 인구 대비 커버리지를 78%로 확대하고, 2년 만에 98% 커버리지를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통화 음질 개선 등 품질 향상을 이끈 CDMA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해 WCDMA 등 표준화를 이끌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R&D 프로젝트인 CDMA 상용화에는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연간 약 1000명이 참여했다.
IEEE 마일스톤 등재는 국내 기업 중 처음이다. IEEE는 단순 단기적인 기술 발전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25년 이상 경과한 업적을 심사한다.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부터 민관합작을 통해 CDMA 성공 사례를 위해 힘썼다. IEEE 마일스톤 선정 업적으로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1751년 전기 연구를 시작으로 볼타의 전기 배터리 발명(1799년), 마르코니의 무선 전신 실험(1895년), 최초의 무선 라디오 방송(1906년), 최초의 텔레비전 공개 시연(1926년), 최초의 반도체 집적회로(1958년), 컴퓨터 그래픽 기술(1965~1978년), 최초의 인터넷 전송(1969년), QR코드 기술 개발(1994년) 등 역사에 족적을 남긴 과학기술들이 선정됐다.
캐슬린 크레이머 IEEE 차기 회장은 "CDMA 상용화의 성공은 한국을 IT와 이동통신 혁신의 리더로 올라서게 했고 1990년대 말부터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다"며 "이 기술은 한국을 모바일 통신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동력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과 함께 한국 경제의 중요한 주축"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CDMA 상용화 역량을 살려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CDMA의 성공적 상용화를 디딤돌로 빠르게 성장하는 AI 영역에서 기회를 잡아 통신·반도체 산업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CDMA 상용화 이후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이동통신 서비스를 쉽게 누리게 됐고, 5G까지 글로벌 이동통신을 리딩했다"며 "CDMA가 그랬듯 AI 혁신 기술로 우리의 미래가 다른 형태로 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과정에서 새겨진 '개척자 DNA'로 우리 앞에 당면한 문제들을 관계자들과 합심해 헤쳐가겠다"며 "IEEE 마일스톤 등재를 시작으로 제2, 제3의 마일스톤 사례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CDMA 상용화 성공을 밑거름으로 5G까지 통신 강국 면모를 보이고 6G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원천기술부터 상용화 기술, 글로벌 표준까지 아낌없는 지원으로 이동통신 강국의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보다 나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자 SKT 부회장을 역임한 고(故) 서정욱 장관 유족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기념 현판 제막 행사에는 캐슬린 크레이머 IEEE 차기 회장,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송상훈 정보통신정책실장, 유영상 SKT CEO, 백용순 ETRI 입체통신연구소장,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제영호 LG전자 C&M표준연구소 연구소장이 참석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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