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시행됐어야 할 1회용컵 보증금제, 여전히 외면하는 환경부
“지난 3년간 환경부는 플라스틱 감축, 1회용품 줄이기를 위해 무엇을 했나요?”
환경운동연합과 서울환경연합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앞마당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와 플라스틱 규제를 외면하는 환경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확히 2년 전인 2022년 6월10일은 당초 1회용컵 보증금제가 2020년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전국적으로 시행되어야 했던 날이다.
환경부는 시행일을 같은해 12월로 유예했고, 대상 지역도 제주와 세종으로 제한했다. 현재까지도 1회용컵 보증금제는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보증금제마저도 환경부가 지자체 자율에 맡기려 하면서 제도 자체가 폐지될 위기에 놓인 상태다.
환경운동연합과 서울환경연합은 이날 회견에서 환경부가 1회용컵 보증금제뿐 아니라 자원순환 관련 정책들을 계속해서 후퇴시키고 있다고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에는 1년 유예했던 매장 내 1회용품 규제를 포기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 일회용 택배 포장 규제를 유예다. 예정한 규제들을 줄줄이 포기한 뒤 환경부가 내놓은 1회용품 및 플라스틱 저감 대책은 시민 챌린지 등 자발적 참여를 통해 줄여나가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챌린지는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챌린지는 시민들이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며 “정부가 할 일은 규제”라고 했다. 그는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 자영업자, 지자체가 규제가 없는 탓에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환경부가 국내에선 규제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이면서도 오는 11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 제5차 마지막 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하는 등 국제적으로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듯한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우용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환경부는 마치 자기 집을 어지럽히면서 이웃에게는 청소를 강요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나라가 되고 싶다면 시민들의 자발적 챌린지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1회용품 규제와 컵보증금제부터 철저히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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