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신분증’ 뛰어든 국민·농협은행…‘네카오’ 넘어설 수 있을까
자사 앱에 신분증 탑재…디지털 경쟁력 강화 꾀해
빅테크들도 경쟁 상대…몸집 차이 극복은 숙제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행정안전부가 이달 모바일 신분증 민간 개방 참여 기업 5곳을 선정하면서 은행들도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은행들은 모바일 신분증 사업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네카오'(네이버·카카오)를 필두로 디지털 영향력이 압도적인 참여 기업 사이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차별화된 활용법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모바일 신분증 민간개방 사업' 참여사로 국민은행, 네이버, 농협은행,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카카오·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민간 개방 참여기업으로 선정된 이들 기업은 연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적합성 평가를 통과하면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할 수 있게 된다.
모바일 신분증은 개인 휴대폰에 저장해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신분증이다. 실물 형태의 신분증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그간 공무원증, 운전면허증, 국가보훈등록증만 서비스했지만, 연내 주민등록증까지 확대하기 위한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기존 모바일 신분증은 행안부가 2022년 만든 공공 앱 '모바일 신분증'을 통해 제공됐다. 민간 앱 중에서는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패스'가 '운전면허 확인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가려져 표출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3월 정부가 모바일 신분증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민간 기업도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운영할 길이 열렸다. 행안부는 삼성전자를 시범서비스 기업으로 선정하고 삼성월렛(구 삼성페이)을 통해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국가보훈등록증을 발급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번 민간 개방 참여 기업 선정에도 많은 기업이 참가해 물밑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3사 외에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카카오뱅크 등 은행 세 곳도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카카오뱅크의 겨우 카카오와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한 만큼 사실상 은행 중에선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주축으로 선정됐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고객 유치 효과 노려
은행들이 경쟁에 가세한 배경엔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고객 유치 효과가 있다. 최근 국내 금융사들은 계열사 핵심 서비스를 한데 모은 '슈퍼앱'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참여에 나선 것도 자사 앱에서의 신원 확인 업무 효율화, 비대면·디지털 금융서비스 개발, 민간기업 협력 등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KB금융그룹 통합 앱인 'KB스타뱅킹'이 제공하는 '국민지갑'을 통해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민지갑은 신분·증명·결제 등 실물 지갑을 대체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KB스타뱅킹 앱 내에서 주력으로 내세우는 기능이다. 최근엔 외국인 고객 대상 전자금융 가입 등을 추가하며 서비스 확대에 매진하는 만큼 모바일 신분증까지 탑재해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농협은행도 자사 앱인 'NH올원뱅크'에서 모바일 신분증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역시 올해까지 하나의 앱으로 모든 금융 경험을 가능케 할 '풀뱅킹(Full Banking)'을 목표하는 만큼, 이를 위한 각종 인증·증명 서비스에서 모바일 신분증이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는 고객 유치 효과와도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면서 앱의 이용자 참여도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MAU(월간활성이용자수)가 수익과 직결되는 요소가 됐다. 고객이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하기 위해 앱을 이용하게 되면 MAU가 늘어나는 만큼 앱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4000만 '네카오'와 경쟁…차별화 전략 펼칠까
투입해야 할 노력에 비해 실제 효과가 클지는 불투명하다. 올해 행안부는 모바일 신분증 도입에 16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여기엔 시스템·인프라 구축, 홍보, 재해복구센터 구축 등 서비스 운영과 유지보수 비용이 포함된다. 이를 감안하면 은행들도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매년 드는 비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개인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고도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다른 참여 기업들의 앱 이용자 층이 이미 공고한 상황에서 은행 앱을 통해 모바일 신분증을 발급·이용 유인이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앱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카카오톡의 MAU는 4519만 명, 네이버는 4297만 명을 기록했다. 토스 역시 1900만 명대의 MAU를 기록 중에 있다. 반면 KB스타뱅킹은 1200만 명, NH올원뱅크는 400만 명대에 그친다.
일찌감치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에 나선 삼성전자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개시와 함께 기존 삼성페이를 삼성월렛으로 전환했다. 출시 20일 만에 이용자의 70%가 삼성월렛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삼성페이의 이용자 수가 1700만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와 함께 119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셈이다.
이에 은행들도 단순 고객 확보를 넘어 금융 서비스와 연계를 통한 차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용 편의성이나 확장성 측면에선 빅테크 앱들이 고객을 선점하는 데 우위에 있다"며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신원확인이나 인증 절차가 필수적인 만큼 단순히 앱 이용률을 높이는 걸 넘어서 금융 서비스와 연계를 통한 효율적인 운용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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