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도 제쳤다 … 미세한 뉘앙스·맥락까지 정확하게 번역
기업 10만여 곳이 선택한 앱
비즈니스 통·번역 서비스 집중
독일 AI기업중 몸값 가장 높아
최근엔 글쓰기 AI서비스 공개
자동으로 문장 완성도 올려줘
"미래에도 사람간 소통 중요
통·번역 서비스 수요 커질것"
"인공지능(AI)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종의 과장(Hype)에서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고민으로 바뀌었습니다. 더 나은 해결책은 분명히 존재하고 앞으로 몇 년간 더 멋지고 나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야레크 쿠틸로프스키 딥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지속된 AI 기술의 현재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AI에 대해 실질적인 이해를 넓히는 각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AI로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이고, 실제로 작동하는 솔루션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AI를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AI의 미래로 주목받는 'AI 에이전트'와 관련해 쿠틸로프스키 CEO는 "항공권 예약 같은 일을 위해 사람끼리 얘기를 나눌 필요는 없어지겠지만 AI가 아닌 사람 간 대화는 여전히 가장 가치 있는 부분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통·번역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창업한 딥엘은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서비스로 AI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미국 빅테크가 장악한 AI 시장에서 언어(번역)에 집중한 뾰족한 서비스(버티컬 AI)를 내세우며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출시된 딥엘의 AI 번역 플랫폼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32개 언어 간 번역을 제공한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인사이더몽키에 따르면 딥엘의 방문자 순위는 세계 AI 플랫폼 중 3위(지난 4월 기준)를 기록했다.
딥엘은 2017년 엔지니어와 언어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이 번역기를 출시하면서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당시 뉴럴 네트워크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뉘앙스와 맥락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는 AI 번역기를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었다.
이 같은 회사의 철학은 현재도 유효하다. 쿠틸로프스키 CEO는 "딥엘은 기술을 최적화하고 정말로 필요한 제품으로 만드는 접근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딥엘은 신규 자금 3억달러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로 20억달러를 평가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딥엘의 기업 가치는 작년 1월 1억달러를 투자받았을 당시와 비교해 배로 커졌다. 독일 AI 기업 중에서는 최대다. 회사 측은 확보한 자금을 연구 및 제품 혁신, 세계 시장 진출 확대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딥엘의 중장기 목표는 기업의 일상적 소통 과정을 자동화해 생산성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현재 닛케이, 도이치반 등 10만개 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쿠틸로프스키 CEO는 "모든 기업이 AI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원활하게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미래에 한 걸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딥엘은 최근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로 구동되는 첫 서비스인 '딥엘 라이트 프로'를 내놓았다.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AI다. 특히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쿠틸로프스키 CEO는 "사람과 AI를 연결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생성형 AI 기능이나 규칙 기반의 문법 교정 기능과 달리 초안 작성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비문을 수정하는 동시에 문장 완성도를 높이고 단어와 문구, 필체에 대한 AI 기반 제안을 제공한다. 인간을 보조해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극강의 AI 도구인 셈이다. 현재 영어와 독일어를 지원하는데, 추후 언어를 확대할 예정이다. 딥엘은 음성 통역 솔루션인 '딥엘 스피치'도 개발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를 기반으로 한 통역 솔루션과의 경쟁에 대해 쿠틸로프스키 CEO는 "전화로 번역할 수 있는 솔루션은 이전부터 봐왔고 대부분은 품질 정확도가 떨어지는 소비자용 앱에 맞게 조정됐다"면서 "데이터센터 솔루션과 성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타깃 시장이 다를 수 있지만 결국 품질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업 간 거래(B2B) 분야일수록 이해도가 높은 AI 솔루션의 강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쿠틸로프스키 CEO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위해 가능한 한 최상의 솔루션을 고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회사는 기업 고객 대상 신규 요금제 '딥엘 포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했다. 기업용 언어 AI 플랫폼의 연장선으로, 조직 전반에 AI 사용을 확대하려는 기업 고객을 위해 새롭게 설계됐다.
최근 여러 국가에서 강조되고 있는 'AI 주권'과 관련해 묻자 쿠틸로프스키 CEO는 '경쟁'의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 특정 시장과 특정 국가에 강한 의존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을 뛰어넘는 범용인공지능(AGI)의 출현 시점에 대해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면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쿠틸로프스키 CEO가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만큼 한국은 딥엘에 중요한 시장이다. 쿠틸로프스키 CEO는 "딥엘을 밑고 맡겨주는 한국 사용자에게 깊이 감사를 표한다"면서 "한국에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리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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