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술'로 승부 건 스타트업 … 아이도 어르신도 좋아하네요
자폐아 치료 돕는 스마트블록
노인 인지 재활 프로그램까지
세상을 바꾸는 착한 스타트업
ESG·성장 두마리 토끼 잡아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킨다. 특히 이러한 혁신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착한 기술'과 연결되면 그 가치와 파급력은 더욱 크다. 국내에서도 여러 스타트업이 혁신을 기반으로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다.
2019년 지하철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렸다. 경찰이 와도 상황 정리가 되지 않던 그때, 이를 지켜보던 한 청년이 조용히 그 사람을 안으며 토닥였다. 고함을 치고 분노를 이기지 못하던 취객은 고개를 숙이고 이내 청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진정했다. 사회적으로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이 영상은 포옹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발작, 불안 증세가 나타났을 때 포옹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신체에 적절한 압력이 가해지면 부교감 신경이 자극돼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예민한 자극을 누그러뜨리기 때문이다. 이를 학술용어로 '심부압박'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발달장애인은 납으로 만든 '중량조끼'를 착용해 심부압박 효과를 얻어 심리적인 안정을 꾀하기도 한다.
스타트업 돌봄드림은 중량조끼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발달장애인이 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기주입식 조끼 ' 허기(HUGry)'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돌봄드림이 개발한 허기는 단지 무거운 조끼가 아니다.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돼 있어 착용자의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심리 상태가 평소와 다른 것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공기가 들어가며 안정감을 준다.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는 "조끼를 입고 있는 것만으로 비접촉식 생체 자료를 수집하는 게 가능한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며 "수집한 데이터의 정확도는 9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에게 제품이 알려지면서 이용자 수와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벌써 전국 100여 개 기관에서 5000명 이상의 발달장애인이 허기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돌봄드림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덴마크, 스위스, 독일, 싱가포르 등에서 실증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전 세계 62개국에서 아동복지 사업을 하는 글로벌 비영리법인 미국 로널드맥도널드재단(RMHC)과 함께 유통 판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센서를 연구해왔던 이석 크리모 대표는 영유아의 창의력·논리력을 길러주는 '스템(STEAM)' 교구를 개발해 사업화했다. 레고와 비슷한 블록인데, 디스플레이, 스위치, 다이얼, 모터 등이 탑재돼 있어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소프트웨어(SW) 교육에도 적합하다.
'스마트 블록'을 본 한 자폐 아동 치료 전문가가 이 기술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동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뒤 진화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 블록을 기반으로 여러 실험을 거친 결과 실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대병원과 '자폐 스펙트럼 증상 완화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등장한 디지털 치료제가 대부분 SW 중심이라면 우리는 블록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크리모의 스마트 블록은 어린이가 놀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고, 재미있고, 쉽고, 오랫동안 증상 완화·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7.5%에 달한다. 2025년에는 이 비중이 20.6%를 기록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은 줄고,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건강 유지는 우리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자의 두뇌 건강 플랫폼을 개발한 두뇌싱긋연구소가 이러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현재 노인을 위한 인지훈련 프로그램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두뇌싱긋연구소는 흥미를 유발하는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노인의 두뇌, 신체 데이터를 자연스럽게 수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두뇌싱긋연구소가 개발한 '전국두뇌자랑'은 기존 인지중재훈련 콘텐츠를 게임화했다. 특히 치매와 관련이 있는 인지력을 중심으로 게임이 세분돼 있다.
각 게임은 1~10단계의 난이도를 가진 만큼 세분화해서 문제를 풀 수 있다. 김창환 두뇌싱긋연구소 대표는 "나이가 들어도 '재미'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재미와 자존감은 어르신들을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서울바이오허브 센터장은 "과거 착한 기술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은 이러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ESG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착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세상의 변화에 일조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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