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DNA 고해상도로 파악…암·치매 극복에 한발짝 더"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6. 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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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스타트업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
류제관 대표
유전자 공간정보 입체적 분석
세포·DNA·RNA 상호영향 파악
진단부터 치료까지 획기적 진보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의 핵심 기술인 이미징 기술의 해상도 향상 효과. 일반 광학현미경(왼쪽)과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의 기술을 이용해 소장 조직 샘플을 촬영한 장면(오른쪽). 세포 내 소기관인 소포체, 미토콘드리아를 형광 이미징했다.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

"지난 20년간 생물학은 '차세대 시퀀싱(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의 태동과 눈부신 발전으로 혁명적인 발전이 있었습니다. 시퀀싱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 치매와 같이 복잡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공간생물학적 정보가 중요하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습니다.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는 이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생명공학 스타트업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 공동 설립자인 류제관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 대표는 "조직 내 개개의 세포를 분리한 후 단일 세포별로 시퀀싱을 하는 '단세포시퀀싱(Single Cell Sequencing)'이 생물학의 주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며 "하지만 시퀀싱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중요한 정보가 바로 공간 정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체 조직의 공간 정보가 가진 중요성 때문에 우리 몸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는 분야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유전자 발현을 현미경 영상을 통해 공간 정보와 함께 이해하는 '공간 전사 유전체학'의 시대가 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포에는 '세포핵'이 있고, 이 안에 DNA가 존재한다.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4개의 염기가 끊임없이 나열돼 있다. 이러한 염기의 일부가 RNA를 거쳐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인류는 DNA를 분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DNA가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면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에 있는 소화기관 '위'의 특정 세포를 만드는 유전자가 'AGGACT'라는 염기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하면,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위와 관련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암, 치매와 관련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면 예방도 가능하다. 2000년대 이후 과학자들이 DNA를 값싸고 저렴하게 분석하는 연구개발(R&D)에 힘을 써왔던 이유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여럿 발견됐다. 이때 사용된 기술의 특징은 인간이 가진 유전체의 '평균'을 구하는 데 그쳤다. 2010년 이후에는 단일 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이 주목받았다. 예를 들어 위암에 걸린 사람의 위 세포를 떼어낸 뒤 유전체를 분석해 암 세포가 영향을 미친 세포의 DNA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유전체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년에서 단 몇 시간으로 줄었고, 비용 또한 수십억 원에서 이제는 몇십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류제관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 대표.

유전체 분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왔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류 대표는 이야기한다. 그는 "이제는 특정한 공간 내에서 유전자의 발현량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파악하는 공간 생물학이 주목받고 있다"며 "세포끼리 또는 DNA, RNA가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암, 치매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보도 모두 동시에 파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런 문제 인식에 따라서 공간생물학이라는 개념이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간생물학이란 말 그대로 생명체 내에 있는 DNA, RNA를 커다란 공간의 일부로 바라보는 것이다. '위암'이 걸린 환자가 있다면, 암세포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동시에 관찰한다. 약물의 효과도 보다 넓은 범위에서 관찰할 수 있다. 마치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영상을 모아 구글맵의 지도를 만들듯 DNA, RNA의 분포를 한꺼번에 모두 확인할 수 있는 현미경을 통해 이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전자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류 대표는 미국 '하버드-매사추세츠(MIT) 헬스 과학기술(HTS)' 프로그램에서 박사학위를 받던 중 반도체 웨이퍼 검사에 사용되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광학현미경 개발에 참여했다.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따라 트랜지스터 크기는 점점 작아지지만, 이를 만드는 웨이퍼의 크기가 커지고 있던 만큼 넓은 면적에서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하는 기술이 담겼다. 류 대표는 당시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2016년, 론 쿡 바이오서치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를 창업했다. 쿡 CEO는 유전자 증폭(PCR) 기술을 개발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캐리 머리스 박사에게 DNA 합성 장비를 제공해 PCR 발명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과학자다. 류 대표는 "우리는 세포 내 유전자 발현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RNA 분자를 선택적으로 태깅할 수 있는 첨단 시약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딥러닝을 통해 AI로 이미징 분석까지 가능해질 것"이라며 "공간정보학을 다루는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9년 세계적인 유전자 분석 기업 일루미나의 관계사인 '일루미나 벤처스'로부터 15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류 대표는 노화 연구, 암, 치매 등 복잡한 질병의 치료제 개발과정에서 후보 약물의 작용 방식을 찾거나 약의 효능을 입증하는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리버스바이오시스템스가 가진 기술의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 대표에 따르면 미국 제넨텍을 포함해 다수의 바이오 신약 회사와 파일럿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류 대표는 "각종 암, 당뇨병의 조기 진단, 예후 예측 분야부터 면역항암치료제의 반응성 테스트 적용을 고민하고 있으며 한국의 바이오벤처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며 "우리의 공간생물학 기술이 적용되면 진단 민감도와 정확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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