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폐 원인으로 ‘반복 서열 변이’ 지목…AI가 발견했다
장에 사는 미생물 균종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중증도 결정한다는 사실 국내 연구진이 밝혀
국내 연구팀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일부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를 밝혀냈다. 자폐 진단·치료법과 자폐의 다양성 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일 고려대에 따르면 고려대는 안준용 보건과학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팀과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대규모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유전자의 ‘짧은 연속 반복 서열(STR)’가 일부 자폐인들에게서 비(非)자폐인보다 높은 빈도로 관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게놈의 일부인 STR 변이가 뇌 형성과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반복서열변이(STR)는 DNA에서 2~6개의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다. 반복서열이 확장되면 유전체의 불안정성이 높아진다. 반복서열변이와 다양한 유전 질환의 상관관계가 연구되고 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흥미를 보이거나 의사소통 등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복합적 신경 발달 장애다. 북미, 유럽인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는 많았으나 한국인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한국계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유전적인 원인을 밝히고자 한국인 자폐스펙트럼 장애 634가구의 게놈을 분석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인과 그 부모, 비자폐 형제까지 총 2104명의 유전자 1만2929개를 인공지능(AI)과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활용해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STR 변이가 수정기부터 출생까지의 유전자 발현과 염색체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STR 변이는 전두엽 피질에 분포하는 유전자들에서 발견됐으며,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관련된 적응·인지 능력과 사고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 또 태생기 초기에 뇌의 형성과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 네트워크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과 및 임상 신경과학(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에 지난달 15일 공개됐다. 이에 대해 안준용 교수는 “반복서열변이가 자폐와 초기 전두엽 피질 발달에 영향을 준다고 제시하는 최초의 논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희정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조기에 진단하고 빠르게 치료를 받으면 성과가 좋다”며 “자폐 스펙트럼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 위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유전자 변이 양상을 포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에 사는 미생물 균종, 자폐스펙트럼장애 중증도 결정
앞서 지난달에는 장에 사는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균종의 차이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중증도 차이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은 김효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 중 하나일 것으로 가정,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249명 등 총 456명을 대상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군에게서 장내 미생물 중 메가모나스, 인테스티니박터 바틀레티 등의 미생물이 풍부했고, 비피도박테리움 롱검이 풍부할수록 자폐스펙트럼장애 중증도가 낮았다. 비피도박테리움 롱검은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을 완화한다고 동물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는 미생물이다.
장내 미생물 균종에 따라 환자군의 중증도를 비교한 결과에서는 장내 미생물의 성숙도가 느린 그룹에서 사회성과 자조 능력이 더 떨어진다는 점이 발견됐다. 사회성과 자조 능력이 낮은 그룹은 특히 연쇄상구균의 한 종류인 스트렙토코커스 살리바리우스가 부족했다.
이 연구를 위해 김효원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456명의 연구참여자를 모집했다. 이 중 249명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평균 생후 76.9개월인 환자였으며, 106명은 환자의 형제 및 자매였으며 나머지 101명은 일반 대조군이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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