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24〉자식 사랑도 창의가 필요하다

2024. 6.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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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적은 혼노사에 있다!' 일본 전국시대 무장 아케치 미츠히데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도우라는 지시에 불만을 품고 주군 오다 노부나가를 제거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혼노사에 있던 오다 노부나가는 싸우다가 자결했고 아들 노부타다도 아버지 뒤를 따라 죽었다. 언젠가 노부타다는 전쟁에서 패하고 가혹한 아버지의 처벌을 기다렸다. 노부나가는 아들에게 물었다. “활을 쏘았는데 명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아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그 땐 두 번째 화살을 날려라. 두 번째 화살도 맞지 않으면 어쩌겠느냐? 그땐 세 번째 화살을 날리면 된다.” 끊임없이 단련하고 도전하라는 훈계로 처벌을 대신했다.

자식에겐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다. 자식사랑을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딸의 입시비리 의혹으로 고생하고 있다. 곽상도 전 국회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기업에 다니던 아들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게 했다는 뇌물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업은 어떤가. 자식이 대표로 있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면 부당지원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이 된다.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자식을 특혜 채용하면 회사에 대한 업무방해가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고위직 공무원의 자식 채용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렇다. 자식사랑도 지나치면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림작가 이소연 作

'네포 베이비'라는 말이 있다. 부모찬스로 실력 없이 쉽게 성공하는 금수저 자녀를 말한다. 족벌주의(Nepotism)와 아기(Baby)의 합성어다. 중세 로마 교황들이 사생아를 조카라고 부르며 요직에 앉혀 특혜를 준데서 유래했다. 할리우드 스타의 자녀가 부모덕에 명성을 얻는 것을 비판하는데 쓰였다. 정치, 경제, 법조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현상이다. 과거에 부자들은 자식에게 기업 등 자산과 부를 상속하는 것이 쉬웠다. 상속세가 높아지고 공정성이 문제되면서 그 길이 막혔다. 그들은 어떤 전략을 취했을까. 합법적인 길을 택했다. 부자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실력과 경력, 경험과 인적 기반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간혹 명문대 또는 고시 수석합격자의 인터뷰가 언론에 나온다. 교과서만 보고 학교수업에만 충실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예전엔 믿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똑같이 그렇게 공부한 많은 학생이 낙오했다. 그 이유가 뭘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나 그들이 속한 계층의 도움('부모찬스 품앗이')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너무나 당연했기에 도움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많은 학생은 여전히 가정불화와 경제위기 속에서 악착같이 공부하다가 포기하거나 실패한다. 그들 모두가 머리가 나빠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 웃기는 얘기다. 재산 상속보다 실력 상속이 더 무섭다.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고착화한다.

명필 한석봉의 어머니는 아들을 절에 공부하러 보냈다. 지쳐 돌아온 아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불을 끄고 떡을 썰며 아들에게 글을 쓰게 하더니 급기야 혼을 내고 돌려보냈다. 자식에게 줄 것 없는 사람이 모진 부모로 남아선 안된다. 저출산이 미래를 발목 잡는 시대에 교육은 더 이상 부모 몫이 아니다. 국가가 교육 생태계를 책임져야 한다.

자식사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식에게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지 말자. 고도 성장기를 살아온 부모세대의 성공경험은 지금엔 통하지 않는다. 자식을 치열한 경쟁의 전쟁터로 몰아갈 뿐이다. 자식이 원하지 않는 길에 들어서고 마음에 없는 일을 하며 생기는 폐해는 공동체를 좀먹는다. 자식의 재능이 두꺼운 껍질을 스스로 깨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 부모자식은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고 배려하는 관계로 충분하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인공지능(AI)까지 이용해 쉽게 정보를 얻는 시대다.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 기회를 만들고 다양성을 실현해야 비로소 경쟁에서 해방되고 창의는 숨통이 트인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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