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조 친명’ 김영진 “이재명 대표 연임 심각하게 숙고해야…당 무너져”
“지금 당헌 당규 개정 논의할 때냐” 쓴소리
“‘개딸’ 의사에 반하는 사람은 원내대표나 국회의장 될 수 없게 돼”
“민생 문제를 비롯해 남북관계를 논의할 시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일반 국민은 관심도 없는 당헌·당규 개정 논의를 하고 있다. 이건 제대로 된 당의 모습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원조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3선, 경기 수원병)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에서 의결된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해 “수정하면서 얻는 민주당의 확장성보다 수정함으로써 잃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의원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역구) 득표율은 50% 대 45%였는데 의석수는 161 대 81로, 2배 차이가 났다. 여기에서 오는 (압승이라는) 착시 현상이 있는 것”이라며 최근 민주당의 독주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헌·당규 개정이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을 올리지 못한다. 대선 승리에도 도움이 되겠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투표하게 되면 개딸의 의사에 반하는 사람은 원내대표와 의장이 될 수 없다”며 “이건 민주주의의 퇴행이고 민주당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 개정 다음에는 개딸 당원들에게 뭘 줄 건가”라고 따져묻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본인은 피곤하고 하기 힘든데 주변에서 하라고 하니까 한다? 이런 논리로 연임은 안 했으면 좋겠다.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간 국회의장도, 당 대표도 한 번 더 하고 싶지 안 하고 싶었겠냐”며 “(연임하지 않은 건) 정치적 불문율을 지킨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앞서 공개 반대했던 당헌·당규 개정안이 결국 10일 당 최고위에서 통과됐다.
“당이 더 큰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너무 쉽게 결정한 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은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
―이번 개정으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게 됐다.
“중진들도 대부분 반대했는데, 무슨 의견 수렴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 대표와 간담회를 한 5선, 4선을 제외한) 3선, 재선, 초선 전문가 그룹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는데 하나도 안 했다. 다음 단계로 나가려면 절차라도 충분히 거쳐야 하는데, 지금 보니까 충분히 들은 게 없다. 우리가 권리당원이 120만 명 정도인데, (강성 당원) 1~2만 명의 요구 때문에 매번 당헌·바꾸면 안정적인 정당이나 수권 정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당 지도부는 권리당원 20% 참여는 상징적 수치일 뿐, 실제 당락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이 조항이 도입되면 후보자들이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겠냐. 결국 김어준 박시영 이동형 등 대형 유튜버들 방송에 매일 나가고 그럴 것 아니냐. 나가서 입에 발린 소리나 하고, 그러면 올바른 정치를 하기 어려운 구조로 간다. 추미애 의원을 국회의장 만들자는 의견도 4월 말까지는 당내에 없었다. 대형 유튜버들이 만들어낸 거 아니냐. 그런 걸 당원들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나? 유튜버들이 장사해 먹으려는 걸 우리가 왜 쫓아가냐.”
―부정부패로 기소 시 직무가 자동 정지되는 조항도 삭제됐다.
“(이는) 본인의 평소 활동을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민주당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되지 못한다는 명확한 선언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조항이다. 이미 정권의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당헌 80조에 의해 예외가 인정된다. 이런 조항을 수정하면 민주당의 도덕성과 국민적 신뢰가 크게 떨어진다.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역구) 득표율은 50% 대 45%였는데 의석수는 161대 81로 2배 차이가 났다. 여기서 오는 착시 현상이 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 바꾸라는 민심에 기반해서 승리한 것이다.”
―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는 분석이 있다.
“본질적으로 이번 당헌·당규 개정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그 규칙을 급격하게 바꿔서 특정인에게 유리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개딸을 중심으로 투표하게 되면 개딸의 의사에 반하는 사람은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될 수 없다. 이건 민주주의의 퇴행이고 민주당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조항이다. 그래서 내가 반대하는 것이다.”
―당 내에서 김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의원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이렇게 민주당의 큰 틀을 깨버리면 당의 통합과 단결이 깨져 버린다.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각자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서 초선, 재선, 3선, 4선해서 원내대표도 하고 의장도 도전하면서 민주당의 발전과 자기 발전을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그 경쟁을 통해서 당이 발전하는 것이다. 개딸에게 줄 서서 된다고 하면 누가 땀 흘려서 열심히 일하겠냐.”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로 2017년 대선 때부터 이 대표를 도왔던 원조 친명인 김 의원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는 것을 두고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직후에도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끝까지 반대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와 거리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체포동의안 표결 등 이 대표가 최악의 위기에 처했을 땐 구속된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등 탄력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대표의 연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당 대표 연임을 하려면 (현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지금은 (당대표 직에 있으면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해서 현직 대통령도 그냥 대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간 국회의장도 당 대표도 한 번 더 하고 싶지 안 하고 싶었겠나. 정치적 불문율에 따라 연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게 지금 다 무너졌다.”
―당헌·당규 개정과 별개로 이 대표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뜻인가?
“그것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한 번 더 숙고해야 한다. 본인은 피곤하고 하기 힘든데 주변에서 하라고 하니까 한다, 이런 논리로 연임은 안 했으면 좋겠다.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정치적 부침은 있었지만 원조 친명계로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다. 개인적으로는 상의했나.
“지금 의원들이 많이 바뀌었고, 초선 의원이 70명이 들어왔다. 이 대표 주변 초선 중에서 충성파가 너무 많다. 생각도 없이 좋다고만 한다. 이럴수록 공개적인 논쟁과 토론이 필요하다. 이 대표와 개인적으로 논의해서 수정하고 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초선 의원들도 좀 더 토론과 논의해 집중해서 건강한 민주당, 활발한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방향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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