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상품 자취 감췄는데…은행예금 한 달 새 17조 증가, 왜?

조해영 기자 2024. 6.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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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만 해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던 '연 4%대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췄다.

은행들은 정기예금 등 고금리 상품으로 끌어모은 돈(수신)으로 대출(여신) 영업에 나서는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인한 건전성 관리 요구가 강해지면서 여신 영업 강도가 줄어드는 추세라 굳이 고금리로 고객을 유인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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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21일 서울 시내 한 은행 금리 안내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만 해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던 ‘연 4%대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췄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었던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정기예금도 기준금리(3.50%) 내외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3% 중반 금리에도 예금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10일 은행연합회 누리집을 보면, 은행권 정기예금(12개월) 가운데서 연 4%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없다. 우대금리까지 포함한 최고금리 기준으로도 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3.90%), 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3.90%) 정도가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우대금리를 포함해도 3.50% 정도가 대부분이다.

고금리 상품이 실종된 건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중앙회 누리집을 보면, 저축은행 정기예금 역시 3.90%로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12개월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는 10일 기준 3.66%로 올해 초(3.96%)와 견줘 0.3%포인트나 떨어졌다. 은행들은 정기예금 등 고금리 상품으로 끌어모은 돈(수신)으로 대출(여신) 영업에 나서는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인한 건전성 관리 요구가 강해지면서 여신 영업 강도가 줄어드는 추세라 굳이 고금리로 고객을 유인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지난해 3월 말 113조1739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01조3777억원으로 1년 만에 10.4% 감소했다.

인터넷은행도 비슷한 분위기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3.30%로 우리은행(WON플러스예금·3.55%) 등 시중은행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 임대료 등을 절감하는 대신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고객을 유치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영향으로 여신을 무턱대고 늘릴 수 없는 데다가, 대출이 중저신용자에 집중돼 있어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도 필요한 만큼 무리한 수신경쟁에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처럼 고금리 예금이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정작 은행권 정기예금 규모는 늘고 있다. 5대 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농협)의 5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89조7062억원으로 전달(872조8820억원)보다 17조원 가까이 늘었다. 반면 요구불예금은 3월 말 648조원에서 5월 말 614조원으로 두 달 새 30조원 넘게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식이나 부동산시장 전망이 불확실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데다가 (정기예금 금리가 이미 떨어졌지만)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거란 예상에 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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