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권유하는 사람은 원수라는데”…‘깜깜이 지주택’ 점검 나선 서울시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4. 6. 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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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사항 안 고치고 내부갈등 민원 폭주
과태료·수사의뢰 강경조치
서울 은평구 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위험성을 알리는 현수막 [사진 = 연합뉴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들간 진행하는 이번 집중 점검은 지난해 진행했던 ‘지역주택조합 실태조사’에서 아직 지적 사항을 시정하지 않았거나 내부 갈등 등으로 민원이 발생한 조합, 사업기간 대비 토지 확보율이 떨어지는 7곳 조합 등이 대상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무주택자 또는 1주택(전용 85㎡ 이하) 소유주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한 뒤 사업시행 주체가 돼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한때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주택을 지을 토지를 확보해야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사업 지연, 허위·과장 광고, 과도한 추가분담금, 조합 운영상 횡령·배임, 사기 등의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계획 승인 조건(토지 95% 이상 소유)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토지 사용 동의율 80% 확보(조합설립 조건)’로 속여 조합원들의 돈을 편취한 사기범죄 사례도 허다하다. 시장서는 지역주택조합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꾸려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의 당초 취지와 달리 사업 지연과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서울시가 집중 점검에 나섰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조사 대비 조사기간(5→7일)과 전문 인력을 보강, 사업성 분석과 조합원 분담금 적정성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착공하지 않은 조합 3곳(전체 43%)은 토지 매입 가격 상승, 고금리, 공사비 증가,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내부 갈등이 있어 사업성 등도 함께 들여다본다.

아울러 ▲조합 모집 광고 ▲홍보 ▲용역 계약 체결 ▲조합원 자격 ▲조합규약 ▲업무대행 자격 ▲업무범위 ▲자금관리 방법 ▲실적보고서 작성 ▲정보 공개 ▲자금운용 계획·집행 실적 등을 놓고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점검, 조사한다.

지주택 점검 결과 배임이나 횡령 의심 사례가 적발되면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로 대응하고, 같은 내용으로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주택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과태료 즉시 부과 또는 수사 의뢰, 고발 등 엄중한 행정조치에 나선다.

시는 조합원을 비롯해 시민 누구나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정보몽땅(cleanup.seoul.go.kr)에 게시하는 한편, 조합별 세부 지적 사항은 조합 가입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각 조합이 운영 중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한병용 주택정책실장은 “그동안 지역주택조합은 깜깜이 사업 추진으로 비판받아 왔지만, 앞으로는 건실한 정비사업으로 신뢰받을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며 “투명한 조합 운영과 조합원 피해 예방을 위해 철저한 실태점검과 감독에 계속 힘쓰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4월 지역주택조합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전에 주택법에 따른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점검을 선행한 뒤 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밝힌 바 있다.

지역주택조합원이 사업 추진 사항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피해를 입히는 사례를 막기 위한 장치다.

실제 지역주택조합이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계획 수립 단계에서 마치 사업이 빨리 진행될 것처럼 조합원을 모집해 놓고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거나, 사업 추진과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사업구역 면적 5000㎡ 이상 또는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아파트)을 건설하는 경우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야 하는데, 현재 서울 시내 지역주택조합을 추진 중인 118곳 중 114곳(97%)이 지정 대상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일반적으로 조합원 모집 신고→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계획승인→착공→준공→조합 청산의 절차를 밟게 된다.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을 위해선 주민 입안 제안→주민 열람·공고→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보공개 등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구역 지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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