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맞춤형’ 당헌 개정안, 최고위서 ‘통과’

‘대선 1년 전 사퇴’ 규정 예외 둘 수 있게 개정
국회의장단 후보·원내대표 당심 20% 반영
당 귀책사유로 재보선 때 무공천은 ‘폐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회하며 의사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 할 때 대선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했다. 당대표 연임 가능성이 큰 ‘이재명 대표 맞춤형’ 개정이 아니냐는 비판 속에 의결이 이뤄진 것이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대통령 선거일 전 1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기존의 당헌 25조 2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하고, 당무위원회에 부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을 연임하면서 2027년 3월 대선에 후보로 나설 경우, 현재 당헌·당규대로라면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에 당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규정이 바뀌면 2026년 6월3일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선거 이후까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는 ‘도덕성 강화’ 관련 규정도 폐지했다.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당직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를 폐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022년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는 논란 속에 ‘기소가 정치보복으로 인정되면 당무위 의결로 직무정지를 취소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는데, 이번엔 아예 조항 자체를 없앤 것이다. 이 수석대변인은 개정 취지에 대해 “검찰 독재 정권하에서 이 대표와 야당 의원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의 귀책사유 탓에 재보궐선거가 발생했을 때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한 당헌 96조도 삭제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도덕성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다른 정당에 비해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지켜온 민주당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며 “당내에선 공감대가 형성됐을지 몰라도, 외부에선 특정인을 위한 개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는 그동안 의원들이 선출해온 국회의장·부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하는 ‘당원권 강화’ 조항도 통과시켰다. 이날 최고위에서 통과된 당규 개정안은 오는 12일 당무위 의결을,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