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 지방대 女학생의 도전…“팀쿡이 시연 보고 엄지척, 꿈 같아요”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2024. 6. 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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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학생 경진대회 수상자 한동대 이신원씨
허공에 손가락 피아노 연주앱
수천명 경쟁뚫고 팀쿡 앞 시연
“창의적이고 원대한 아이디어”
고등학교 때 문과 나왔지만
자유전공학부서 컴공 선택
챗GPT 출현에 진로 고민하다
마지막 심정 도전한 게 행운
이신원 한동대학교 4학년 학생이 9일(현지시간) 미국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팀 쿡 CEO에게 자신이 만든 앱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애플>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한동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이신원(22·여)씨가 직접 개발한 ‘멜로디’ 앱을 선보였다. 허공에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과 손가락을 떼었다 붙였다 하자, 그에 맞춰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는 음악이 연주됐다.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은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며 “이신원 학생이 작곡을 단순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인상적인 앱을 통해 해낸 일과 같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자신의 창의성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볼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신원 씨가 보여줄 원대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팀 쿡을 직접 만나니 이제야 수상한 게 실감이 난다”며 “(지난 5월에) 처음 발표가 난 뒤 이렇게 미국에 오는 것이 꿈 같고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매년 애플이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개막 전날 개최하는 학생 개발자 경진대회인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Swift Student Challenge)’다. 이 씨는 총 14명의 수상자 중 한 명으로 뽑혀 쿡 CEO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앱을 시연했다.

그가 시연한 멜로디 앱은 각 손가락의 끝을 인식하고 엄지손가락 끝과 다른 손가락 끝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양손을 활용하면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높은 도까지 8개 음을 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씨는 “고등학교 때는 문과였지만 한동대는 1학년 때 전공없이 원하는 수업을 듣고 나중에 전공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면서 “수학을 잘 못하지만 할 수 있는 전공이 뭘까를 찾다가 2학기에 C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게 됐다”고 했다. 이 씨는 “그때 코딩의 매력을 알게돼서 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신청했지만, 2학년 때는 너무 어려워서 힘들었고 성적도 나빴다”고 회고했다.

이 씨는 동유럽의 작은 나라인 라트비아로 교환학생을 떠난다. 그는 “유럽은 편안하고 느긋할 줄만 알았는데 라트비아 학생들이 너무 열정적이고 치열하게 살고 있더라. 저도 자극을 받아서 한국으로 돌아왔다”면서 “한국 돌아와 들어간 개발자 동아리에서 열심히 개발하고 공부해서 애플 경진대회에까지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이템 선정이었다. 기존의 출품작들을 보고 애플에서 좋아할 만한 주제와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찾느라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정작 중요한 코딩작업은 1주일만에 마쳤는데 마감이 촉박해 매일 밤을 샜고 언니 결혼식장에서까지 코딩을 해야만 했다.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는 프로젝트가 아닌 개발자 1인이 혼자 해야 하는 경진대회다.

이 씨는 “지금도 제가 코딩을 잘하는 것 같진 않다. 오픈AI같은 회사가 코딩을 하는 AI를 만들면서 (나처럼) 어중간한 개발자들은 다 의미가 없어지고 도태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진짜 개발을 해야 되는 사람인가. 내가 계속 배워나가면서 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나. 진짜 코딩을 다 버리고 다른 직종을 일을 삼을까 항상 고민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도전해볼까하는 마음에 대회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우리 학교가 한국 사회에서 엄청 유명한 학교는 아니다”라면서 “거기서 나오는 조바심이나 불안감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가치에서 배운 것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 슬로건 자체가 ‘배워서 남주자’이고 학교가 ‘너가 혁신적인 것을 해. 도전을 해. 없으면 너가 만들어가’ 이런 느낌”이라면서 “그걸 들을 때는 나는 실력도 없고,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도전하게 된 것이 그런 영향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챌린지에는 전 세계에서 50명의 학생이 초청받았다. 전 세계 수천 명의 지원자 중 선정된 35개국 350명의 수상자 중 우수상을 받은 이들이다. WWDC가 열리는 10일부터 14일까지 애플파크에 초청돼 맞춤형 프로그램과 특별 이벤트에 참여하고,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과 만난다.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1년 회원권과 특별 선물도 받게 된다. 이 씨 외에 장지아(25·한국외대) 씨도 직접 개발한 경증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 앱으로 50명의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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