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트 불사신’ 알카라스의 비결…나달의 체력과 조코비치의 정신력

김기범 2024. 6. 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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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라스 2연속 5세트 접전 벌이고 프랑스오픈 첫 우승
5세트 전적 11승1패 승률 90%
나달의 체력·조코비치의 정신력을 갖춘 차세대 챔피언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생애 첫 프랑스오픈 테니스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세계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는 아주 특별한 기록을 갖고 있다. 테니스 선수에게 가장 어려운 도전인 5세트 경기에서 독보적인 강력함을 보인다는 점이다. 11승 1패. 90%가 넘는 거짓말 같은 승률이다.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에서 두 차례의 풀세트 접전을 이겨내고 정상에 우뚝 섰다. 4강에서 세계 1위를 예약한 현역 최강 야닉 시너(이탈리아)를 5세트 접전 끝에 물리쳤고, 이틀 뒤 결승전에서도 세트 스코어 2-1의 열세를 딛고 5세트 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다. 알카라스가 준결승부터 결승까지 코트 위에서 뛴 시간은 8시간 28분이었다.

남자 프로 테니스에서 5세트 경기 방식은 오직 메이저 대회 성인부에서만 열린다. 알카라스가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본선을 뛴 건 2021년 호주오픈부터다. 이로부터 알카라스는 총 12차례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는데, 전적은 다음과 같다.

2021년 윔블던 128강 vs 우치야마(승)
2021년 US오픈 32강 vs 치치파스(승)
US오픈 16강 vs 고요치크(승)
2022년 호주오픈 32강 vs 베레티니(패)
2022년 프랑스오픈 64강 vs 라모스-비놀라스(승)
2022년 윔블던 128강 vs 얀 레너드 스트루프(승)
2022년 US오픈 16강 vs 마린 칠리치(승)
US오픈 8강 vs 야닉 시너(승)
US오픈 4강 vs 티아포(승)
2023년 윔블던 결승 vs 조코비치(승)
2024년 프랑스오픈 4강 vs 야닉 시너(승)
프랑스오픈 결승 vs 즈베레프(승)

2022년 호주오픈에서 이탈리아의 강호 마테오 베레티니에게 유일한 1패를 당했다. 특히 그해 US오픈에서는 3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펼친 뒤 우승을 차지한 뒤, 역대 최연소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5세트 경기 운영의 달인으로 불리는 노박 조코비치와의 윔블던 결승전에서도 알카라스는 1세트를 빼앗긴 뒤 뒷심을 발휘해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물론 아직 21살에 불과한 알카라스가 앞으로 5세트 경기에서 많은 패배를 기록한다면, 이 기록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체력 소모가 극심한 5세트 경기를 연속으로 치르고도, 중압감 높은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건 이례적이고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비결은 뭘까. 5세트 경기에 강한 건 단순히 테니스 기술로만 설명할 수 없다. 이제 스무 살을 갓 넘었지만 알카라스는 현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체력과 정신력의 소유자다. 체력에서는 야생마처럼 5세트 내내 전후좌우를 쉬지 않고 뛰는 라파엘 나달을 연상케 하고, 심리적 압박감이 극심해지는 마지막 승부처에서 승부사의 면모를 보이는 냉철한 정신력은 메이저 역대 최다 우승에 빛나는 조코비치와 쏙 빼닮았다.

알카라스의 '5세트 불사신' 면모는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경기가 4시간을 넘겼음에도 알카라스의 힘은 무궁무진하게 용솟음쳤다. 즈베레프의 다리가 눈에 띄게 느려진 반면, 알카라스는 경기력이 뚝 떨어졌던 3세트 때보다 훨씬 활발하고 빠르게 움직이며 상대를 압도했다. 심지어 알카라스는 3세트 중반 허벅지 근육에 통증을 느껴 메디컬 타임을 불러 치료까지 받은 몸이었다.

정신력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알카라스는 5세트 2-1 상황에서 0-40으로 끌려가 서브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알카라스는 침착하게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집중해 3차례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모두 지워냈고, 이 기회를 날려버려 정신적으로 붕괴한 즈베레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결국 5세트를 6-2로 가져왔다.

알카라스는 5세트의 놀라운 경기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5세트에 들어서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정점의 기량을 발휘한다. 나는 늘 세계 최고의 선수를 꿈꿔왔고, 그렇기 때문에 5세트에 더 힘을 내고 네트 건너편 상대에게 내가 지치지 않고 멀쩡하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마치 경기의 첫 번째 게임을 치르는 것처럼."

결승 상대였던 즈베레프도 알카라스의 놀라운 5세트 경기력에 대해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둘은 원래 체력이 굉장히 강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알카라스는 괴물이었고 짐승이었다. 알카라스가 보여주는 강렬함은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달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알카라스가 5세트에 강한 또 한 가지 이유는 그의 테니스 기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알카라스는 경기가 막바지로 갈수록 더 공격적인 테니스를 구사한다. 승부처에서 과감한 선택을 한다는 뜻이다. 알카라스는 4세트와 5세트에 걸쳐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포핸드로 15개의 득점(위너)을 기록했다. 같은 상황에서 즈베레프는 포핸드 득점이 5개에 그쳤다.

사실 알카라스의 경기력은 이번 대회 100% 정상은 아니었다. 프랑스오픈 개막 직전 팔뚝 부상으로 로마 오픈에 불참했고, 4강과 결승전에서 시너와 즈베레프의 견고한 경기력에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얻어낸 우승이라 더 값지고, 따라서 앞으로 알카라스가 얼마나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살 알카라스는 메이저 대회에서 3번 우승을 기록했다. 같은 나이에 로저 페더러는 1개, 나달은 3개, 조코비치는 1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각각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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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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