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주도하는 도파민 파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커넥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배우 제이슨 스타뎀을 좋아한다. 시상식에 초대받을 영화에 나오진 않지만 그의 영화는 특정한 의미로 믿을 수 있다. 영화 제목과 배역 이름은 다른데 확실한 캐릭터로부터 비롯된 콘텐츠들이 갖는 기대한 만큼의 만족이 있다.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 변주도 배우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대중가수 싸이의 말처럼 대중의 기대와 기다림을 매번 이끌어내는 존재감이야말로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출연 자체가 특별하고도 익숙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있다. 극장가의 마동석, 사극의 최수종 등이 그렇고, 서스펜스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JTBC <하이드>와 SBS <커넥션>으로 올해 나란히 돌아온 이보영과 지성 부부도 우리에겐 그런 대표적인 배우들이다.
<커넥션>은 마약반 형사 장재경(지성)이 수사 중 불미스러운 납치 사건으로 마약에 중독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이드>의 남 부러울 것 없던 변호사 이보영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고난을 상대해야 했듯, <커넥션>의 장재경은 경감으로 막 특진하면서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는 중이었다. 순경에서 경감까지 가파르게 진급한 입지전적인 에이스 형사 지성에게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진다.
마약 사건을 수사하는데 납치되어 중독되는 수모뿐 아니라, 오랜 애증관계에 있던 동창 친구가 석연치 않게 사망하게 되고, 그 친구가 남긴 미스터리한 유언장 속에 함께 이름이 오른 지방지 기자인 옛 친구 오윤진(전미도)과 각자 나름의 이유로 연대를 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지역유지의 아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동창생들의 커넥션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마약 사건을 매개로 하는데, 그 연결고리가 14부작 중 6회가 진행된 지금까지도 희미한 정황뿐이다. 이제야 겨우 각자 품은 욕망의 조각들, 커넥션의 약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지만, 정교한 밑그림 덕분에 시청자들이 쉽게 그림을 완성시키지 못하게 '몰입'을 붙잡아둔다.
점점 높아지는 몰입의 강도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1회 전국 시청률 5.4%로 시작해 6회 만에 10%를 넘보는 대박 차트를 그리고 있다. 수도권 시청률로는 이미 10%를 돌파했다. 화제성 수치도 상위권이다. 무엇보다 전작이 <7인의 부활>인 것을 감안한다면 무척 놀라운 성취다. 그리고 이 상승세의 중심에는 배우 지성 자리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서사적 특징은 장재경을 제외하면 하나의 사건에 대한 각자의 목적과 입장이 다를 뿐만 아니라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친구의 죽음과 관련된 커넥션이 어디까지인지, 본인이 마약에 중독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커넥션까지 예측 가능한 쉬운 설정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배우 지성의 몸에 그냥 올라탈 수밖에 없는데, 그 운전이 제이슨 스타뎀 뺨 칠 정도로 기가 막히다.
<커넥션>앞에 놓인 추적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긴 수식은 우리가 장재경의 시선으로 극을 즐기면서 실제로 작동한다. "유언장에 이름 올라간 건 역할이 있다는 뜻"이라며 장재경의 시선을 보완하는 오윤진의 시점도 있고, 빌런임이 분명한 박태진(권율), 원종수(김경) 등 고교 시절부터 뿌리내린 관계(커넥션)도 존재한다. 이들을 구심점 삼아 나중에 큰 그림으로 합쳐질 서브플롯들도 존재한다.
하나로 꿰는 역할이 바로 지성이다. 호쾌한 액션으로 시작해, 마약 중독 증세로 피폐해져가는 지성의 버라이어티한 활약과 연기 디테일은 멍하고 혼돈한 상황에서도 진실을 붙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형사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자칫 사건 진행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성의 존재감과 열연으로 설득력과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나 압권은 연기력만으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장면들이다. 스파이로 의심되는 후배이자 파트너인 김창수 경위(정재광)와의 대화 장면이나, 동창이자 사건 담당 검사인 박태진과 대면하는 5화 엔딩의 긴장감은 흔한 말로 도파민 파티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커넥션>은 최근 지상파 드라마가 연이어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의 성취라 할 수 있다. 스타일, 스릴, 스케일 모두 훌륭하고, 밀고 당기는 긴장감 가득한 스토리라인도 좋다. 웰메이드한 장르물로서 박력 있는 몰입감이 묵직하다. 살인, 마약, 불륜에다가 감도 높은 액션, 빠른 전개를 받쳐주는 주조연은 물론 단역 배우들까지 보여주는 탄탄한 연기력, '밥 사먹은 아줌마' 등의 틈새 유머까지 추적 서스펜서 스릴러는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안방극장이 아니라 글로벌화해도 손색이 없는 K-드라마다.
문제는, 지난해의 경험이다. 2023년 K-드라마를 사자성어로 옮기면 용두사미다. 그럴듯하게 시작해 초반 빌드업도 대부분 수준급이다. 하지만, 비유하자면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 다다르기만 하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너무나 뻔한 수의 전개나 어이없는 플레이를 펼치곤 해 맥이 탁 풀려버렸다. 이런 현상이 거의 1년간 수많은 드라마에서 반복됐다. 그래서 엄청난 몰입감과 도파민, 장르적 유희를 주면서 화제성을 스스로 키워가고 있는 <커넥션>에게 바라는 건 지구력이다. 이 정도 에너지로 남은 후반부에도 계속해 몰입감을 유지시킨다면 한국 드라마의 장르적 성취, 지상파 드라마의 위상 재고, 배우 지성에 대한 기대라는 측면에서 모두 한 걸음 나아간 결과를 남길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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