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보스턴 셀틱스가 파이널 우승 차지해도 테이텀은 ‘3루텀’, ‘새가슴’이란 오명을 지우기 힘들다
남정훈 2024. 6. 10. 15:10
국내 미국프로농구(NBA) 팬들 사이에서 제이슨 테이텀은 ‘3루텀’이라는 조롱섞인 별칭으로 불린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 구단주 대행인 권경민(오정세 분)이 단장 백승수(남궁민)를 포장마차로 불러 “3000억 예산의 규모의 호텔 건설 시공사 정하다 왔는데, 1년 예산 고작 200억 쓰는 니들이 아등바등 일하느냐”라고 “니가 그러니까 단장밖에 안된다”고 비꼬자 백승수는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나놓고 3루타를 친 줄 안다”고 한 방을 날린다.
테이텀을 ‘3루텀’으로 부르는 것은 보스턴 셀틱스의 1옵션으로 올-NBA 퍼스트팀 3회(2022~2024)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보스턴이라는 다 갖춰진 팀의 에이스였기에 가능했다라는 의미다. 선수 자체의 실력도 빼어난 것도 있지만, 팀 성적 덕분에 선수 평가가 올라간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얘기다.
특히나 올 시즌은 2옵션 제일런 브라운뿐만 아니라 백코트에 데릭 화이트-즈루 할러데이, 빅맨진에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알 호포드까지 주전과 핵심 식스맨 모두 올스타급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다. 즈루와 포르징기스의 영입으로 2023~2024시즌 개막 전부터 강력한 파이널 우승 후보로 꼽힌 보스턴은 예상대로 정규리그에서 64승18패로 전체 승률 1위를 거머쥐었다.
동부 컨퍼런스 1번시드로 플레이오프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지난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나 패했던 마이애미를 8번 시드로 만나 4승1패로 승리하며 전 시즌 패배를 앙갚음했고, 2라운드에서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4승1패로 꺾었다. 컨퍼런스 파이널에선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4전 전승으로 누르고 파이널에 진출했다.
보스턴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보스턴의 1옵션 테이텀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만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35.7분을 뛰며 26.9득점 8.1리바운 4.9어시스트를 기록한 테이텀은 플레이오프에선 출전 시간이 40.6분으로 증가했음에도 평균 25.3득점 10.4리바운드 5.9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리바운드와 어시스트가 증가하긴 했지만, 야투율이 47.1%→43.8%, 3점슛 성공률이 37.6%→29.9%로 급전직하했다.
에이스의 부진 속에서도 보스턴은 지난 7일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파이널 1차전을 107-89로 승리한 데 이어 10일 2차전에서도 105-98로 이겼다.
보스턴은 파이널 2연승을 달리며 우승에 절대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테이텀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이다. 7일 1차전에선 16득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턴오버가 6개나 됐다. 야투율도 37.5%(6/16)에 불과했다. 더블더블을 기록하긴 했지만, 테이텀의 힘으로 이겼다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실제 1차전 승리의 주역은 야투 12개만 쏘면서도 22득점에 3스틸 3블록슛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준 제일런 브라운과 마이애미와의 1라운드 5차전 이후 한달 여 만에 치른 부상 복귀전에서 21분만 뛰며 20득점 3블록슛으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준 포르징기스였다.
2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테이텀은 18득점 9리바운드 12어시스트로 더블 더블을 기록했다. 1차전에 많았던 턴오버도 이날은 3개로 줄였다. 누적 스탯만 보면 아쉬운 득점을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로 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율스탯을 보면 팀에서 가장 많은 22개의 야투를 던지면서도 고작 6개 성공에 그쳤다. 27.3%라는 극악의 야투율에 3점슛은 7개를 던져 고작 1개를 넣었다.
2차전 승리의 주역도 에이스 테이텀이 아닌 다른 선수였다. 이날은 즈루 할러데이의 날이었다. NBA 최강의 백코트 수비수로 꼽히는 즈루는 댈러스 공격의 핵심인 카이리 어빙을 막아내면서도 26점 11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야투는 14개를 던져 11개나 성공시켰다. 테이텀의 난사를 즈루의 효율높은 농구로 상쇄시킨 셈이다. 여기에 브라운이 21득점 7어시스트 3스틸, 화이트 18점 5리바운드 3스틸 2블록슛 등 호포드를 제외한 즈루, 브라운, 화이트가 테이텀보다 훨씬 더 크게 승리에 기여한 셈이다.
1,2차전만 놓고 보면 테이텀은 빼어난 동료들 덕에 승리버스에 무임승차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러니 국내 NBA팬들이 테이텀을 가리켜 ‘3루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번 NBA 파이널은 2017,2018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지명 에이스 선수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테이텀이 2017년 3순위, 댈러스의 루카 돈치치가 2018년 3순위로 현재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결과는 보스턴의 2전 전승이지만, 적어도 에이스 대결에선 돈치치의 압승이다. 어빙을 제외하면 올스타 레벨의 선수가 없는 댈러스는 선수단 재능 총합에서 밀리는 모습이 파이널에서 극대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돈치치는 누구보다도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차전에서 30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블 더블을 기록한 돈치치는 2차전에서도 32득점 11리바운드 11어시스트 4스틸로 맹활약하고 있다.
파이널만 되면 테이텀은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것일까. 2년 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맞붙은 생애 첫 파이널에서 테이텀은 평균 21.5점 6.8리바운드 7.0어시스틀 기록했지만, 36.7%의 야투율을 기록하며 보스턴의 2승4패 패배의 원흉이 된 바 있다.
이번 파이널에서도 테이텀은 2년 전 파이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가슴이라는 비아냥이 그대로 들어맞는 모양새다. 다만 보스턴은 우승에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대로 보스턴이 파이널을 우승하더라도 파이널 MVP는 테이텀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라면 ‘3루텀’이라는 비아냥과 조롱섞인 별명은 더욱더 설득력을 얻게 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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