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추리반 3’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봤다 OTT]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1939년 영국에서 출간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제목이다. 안 그래도 걸출한 작품을 많이 썼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서도 이 작품은 좁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행방불명과 살인을 밀도 있게 다루면서 누계 판매부수가 1억부를 넘긴 고전 중의 고전이다.
원래 추리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넓은 장소보다는 좁은 장소에 사람들을 가두어두고, 이들을 조여오는 정체불명의 손길을 묘사하면서 긴장감을 높인다. 이 정체가 드러나지 않으면 않을수록, 정체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면 예상하지 못했을수록 그 놀라움은 커진다.
티빙의 대표 추리 예능 ‘여고추리반 시즌 3’가 지난 7일 마지막회인 8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21년 시즌을 시작한 ‘여고추리반’은 2022년을 거쳐 거의 2년 만에 세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다른 여느 추리 예능과 다르게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추리반으로 결성된 출연자들이 단서를 하나하나 얻어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주요 줄거리다.
지금까지 시즌 1, 2에서 초현실적인 상황이나 사이비종교, 살인가스에 의한 실험 등 다소 현실과 비껴간 상황을 대입했다면 이번 시즌 3는 연출을 맡은 임수정PD의 이야기대로 학교에서 만연하는 사행성 도박 그리고 이를 위해 친구들끼리 서로 돈을 빌려주고, 돈을 갚게 하려고 협박을 일삼는 모습들을 재현했다.
배경이 되는 송화여고는 겉으로는 양궁으로 대표되는 활기있는 학교지만, 알고 보니 그 안에는 ‘문방구’로 대표되는 메타버스 서비스가 학생들 사이에 퍼져있고 양궁이 스포츠 도박의 소재로 쓰이는 병폐가 있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도박으로 돈이 부족한 학생들을 이용해 학교의 졸업생이 ‘젊음의 재생’을 위한 특수혈액 제조 사업을 하고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피를 사는 ‘매혈’ 과정이 드러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보통 추리 예능의 마지막은, 그리고 ‘여고추리반’의 흐름은 모인 단서들이 다 하나의 용의자로 추려지고 그의 마지막 발악으로 출연자들이 다 한 곳에 모여 위험에 빠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시즌 3 마지막회에서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알리는 추리반의 활약과 함께 채혈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을 구해야 하는 추리반의 과정이 담겼다.
종업식을 빌미로 사건을 알려야 하는 추리반의 모습은 그러나, 종업식 도중 마이크를 가로챘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 없이 평안했고 결정적으로 박지윤의 브리핑은 지나치게 설명적이었다. 매혈을 위해 괴한까지 동원했던 ‘빌런’ 강부영은 잠자코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추리반의 재재, 예나, 장도연이 실험실에 갇힌 상황에서 이들을 꺼내준 것은 강부영의 도움이었다. 그 어떤 추리 예능에서 빌런이 해결사들에게 직접 증거를 던져줄까. 결국 추리반은 탈출에 성공한다.
그동안의 죄악이 드러나는 극적인 순간 그리고 탈출을 위한 절체절명의 순간은 뭔가 지나치게 설명적인 브리핑 그리고 빌런의 도움(?)으로 다소 황당하게 끝을 맺고 만다. 결국 제작진은 마무리가 못내 아쉬웠는지 시즌 2에 등장했던 선우경의 시그니처인 ‘스마일 마크’를 다시 내밀며 다음 시즌을 예고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막바지 희생자인 줄 알았던 인물이 살인범으로 밝혀지며 큰 충격을 줬다. 그 과정도 밀도가 있으면서 반전까지 줘 작품성을 획득했다. 하지만 ‘여고추리반 3’의 경우 7회를 통해 쌓아왔던 서사도 다소 헐거웠으나 결정적으로 절정의 과정에서 맥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이런 부분이 추리 예능의 어려움이 아닐까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다. 물론 실감 나는 과정을 위한 세트설치와 세계관 구축, 메타버스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추리 예능은 그 과정에서의 스릴이 우선이다. 이는 비현실이든 현실이든 초현실이든 크게 상관이 없는 듯하다. 리얼리티를 위해 달려왔던 ‘여고추리반 3’는 결국 맥이 탁 풀리는 결말로 그동안의 수고를 적잖이 날려 보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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