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릴리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 지방간염도 치료

김명지 기자 2024. 6. 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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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계열 비만치료제, 비만성 지방간염 효과 확인
임상시험 환자 2명 중 1명 지방간염 증상 개선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티드)가 비만성 지방간염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젭바운드 펜을 들고 있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티드)가 지방간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당뇨병과 비만을 넘어 간 질환까지 치료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릴리는 지난 8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티르제파티드 임상 중간 단계 연구에서 간 염증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릴리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 간연구협회(EASL) 연례 회의에서 이 결과를 발표했다.

지방간염은 간에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쌓이면서 간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간에 흉터(염증)가 생기면서, 간경변(간경화)이나 간암으로 악화된다. 간 기능이 몸 속 독소를 몸 밖으로 제대로 걸러낼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면 사망에 이른다.

지방간염은 대부분 과도한 음주로 발병하지만, 환자 4명 중 1명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이 병이 생긴다. 주로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에서 나온다. 체중은 적고 체지방은 많은 이른바 마른 비만인 사람에게도 생긴다. B형·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염보다 비만성 지방간염이 훨씬 유병률이 높지만 이렇다 할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샌디이에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진은 비만성 지방간염 성인 환자 190명을 4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1년(52주) 동안 위약을 주고, 나머지 3그룹은 각각 티르제파티드 5㎎, 10㎎, 15㎎를 투여했다. 그 결과 티르제파티드를 투약한 환자군은 최저용량부터 최고용량까지 각각 환자 중 54.9%, 51.3%, 51.0%에서 간 염증이나 섬유증이 한 단계 이상 개선됐다.

위약을 복용한 환자 가운데 29.7%만 같은 효과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티르제파티드를 투여한 환자는 체중이 최대 17.3% 줄었다. 이들은 모두 간 효소와 간 지방도 줄었으며, 의료 영상에서 간 염증과 흉터로 보이는 부분도 크게 줄었다.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티드)가 비만성 지방간염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티르제파타이드 비만성 지방간염 1년 투약 효과/NEJM 캡처

릴리 연구진은 비만 치료제를 맞고 체중이 줄어들면서 간에 쌓인 지방도 연소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티르제파티드는 경쟁약인 위고비보다 두 배 가량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에믹 일라이 릴리 제품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은 “비만성 지방간염은 오는 2039년이면 전 세계 성인 1900만명 이상이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연구 결과ㄹ 티르제파티드가 비만성 지방간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릴리는 지난 2월 발표한 티르제파티드 임상시험 1차 결과 보고서에서 투약 환자 74%에서 지방 간염이 사라졌고, 섬유증에도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업계는 릴리가 간 흉터에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 그런 의혹을 해소한 걳이다.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릴리의 경쟁자인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도 지난해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비만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임상 2상을 진행했으나, 뚜렷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로 신부전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위고비가 GLP-1 유사체 단일 성분이라면, 티르제파티드는 GLP-1에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GIP)’ 호르몬 유사체도 결합한 이중 약물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몸속 혈당이 일시적으로 오르는데, GLP-1과 GIP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조절한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GLP-1 약물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비만이 아닌 비만성 간염으로 우회해 도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같은 날 NEJM에는 뉴질랜드 파마와 독일 베링거 인겔하임이 공동 개발한 서보두타이드의 임상 2상 시험 결과가 실렸다. 서보두타이드 4.8㎎를 투여한 환자 67%에서 간 지방이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보두타이드는 글루카곤과 GLP-1에 이중 작용한다. 이 후보물질은 지난 2021년 5월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비만성 지방간염과 간 섬유증 치료에 대한 신속 허가 대상 약물로 지정받았다. 또 유럽 의약청(EMA)의 우선 의약품(PRIME)에도 승인됐다.

참고 자료

NEJM(2024), DOI: https://doi.org/10.1056/NEJMoa240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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