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ILO 사무총장 면담서 "한국 정부, 노동탄압 심각"
사무총장 "한국 상황 예의주시 중…노조 억압해서는 안 돼"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해 한국 정부의 노동탄압이 심각하다며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10일(현지시각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112차 ILO 총회에 참석해 질베르 웅보(Gilberg Houngbo) 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결사의 자유 협약 이행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과 최저임금 차등적용 도입 시도 등 현안에 ILO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우선 민주노총은 제22대 국회에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경찰과 사법 절차를 통한 노조 활동 탄압은 물론, 규약시정명령, 단협시정명령, 근로시간 면제한도 초과 단협 체결에 대한 시정지시 등 행정기관의 권한을 이용한 노조 자율성 침해까지 한국 정부의 노조탄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ILO 협약에 따른 법 개정(2·3조)이 실현될 수 있도록 ILO 견해가 한국 사회에 좀 더 자주, 정확하게 전달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임을 알렸다.
또 한국은행이 올해 초 발간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언급하며 "국책연구기관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을 통해 ILO 협약 111호(고용·직업상 차별 철폐) 위반을 피해갈 우회로를 제시하고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이에 질베르 웅보 사무총장은 "ILO가 모든 사안에 대해 매번 입장을 낼 수는 없지만, 2022년 싱가포르, 2023년 제네바에서 한국 노동자 대표단을 면담한 이후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국은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을 담당할 노조를 억압하는 나라여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ILO는 경찰도 재판소도 아니지만 여러 유엔(UN) 산하기구 중 가장 강력한 감시감독 매커니즘을 갖추고 있다"며 "2025년 전문가위원회가 한국정부의 87호, 98호 협약 이행에 관한 평가를 담은 견해(Observation)를 제시하면 한국의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을 위한 또 한 번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일 ILO 총회 기준적용위원회(Committee of Application of Standards)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조활동 탄압 및 노조 자율성 침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이날 '노동행정에 관한 일반조사 토론'에 참석해 ▲정부의 노조 회계장부 자료제출 요구와 과태료 부과 ▲민주노총 4개 가맹조직에 대한 규약 시정명령 및 형사처벌을 위한 조사 ▲타임오프(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실태 조사 및 한도 초과 단협에 대한 시정지시로 노사갈등 유발 ▲공공기관 및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등을 노조 탄압 사례로 언급했다.
류 국장은 토론에서 "노사관계에 대한 행정 개입은 사회적 대화 및 노동행정 제도에 대한 노조의 의미 있는 참여에 해로운 환경을 조성했다"며 "이번 토론의 결론문에 노동행정에서 노사단체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청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포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ILO의 각국 정부의 비준 협약 이행 현황을 심의하는 '개별 사례 심의' 대상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138호 협약(최업 최저연령) 불이행이 40개 예비목록에 올랐으나, 최종 심의대상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마크 리만 노동자그룹 대변인은 "한국의 16세 또는 17세 청소년 노동자들이 현장 실습제도라는 명목 아래 안전하지 않은 노동조건에 노출되고 있고, 제대로 된 근로감독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훈련도 거의 부재한 상태에 놓여있다"며 "이 사례가 최종 목록에서 제외돼 심의할 수 없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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