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비경 ‘진분홍 물결’이 사라졌다

박미라 기자 2024. 6. 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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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꽃눈 열릴 때 냉해 피해 입어
예년 한라산 산철쭉이 만개했을때 올해 냉해를 입은 한라산 산철쭉 나무 모습.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제공

매년 5월이면 한라산을 진분홍으로 물들이며 비경을 연출했던 산철쭉 물결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10일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한라산 만세동산과 선작지왓, 윗세오름 주변, 방아오름 일대에서 군락을 이루는 산철쭉이 올해는 대부분 꽃을 피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철쭉은 평소 5월초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 꽃눈이 열릴 때쯤인 지난달 초와 중순 무렵 산철쭉 나무가 냉해 피해를 입어 꽃눈이 다 망실됐다고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설명했다. 당시 한라산에는 상고대가 필 정도로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왔고, 꽃눈이 ‘철없는’ 추위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지난 6일 산철쭉 나무와 시로미가 냉해를 입어 진분홍 물결 대신 버석한 풀들이 자리를 차지한 한라산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올해 산철쭉 꽃은 대부분 피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봤다.

예년이라면 산철쭉은 해발 1500고지에 피기 시작해 방아오름 일대, 만세동산, 선작지왓, 윗세오름 주변에서 백록담까지 개화가 진행된다. 6월 중순이면 산철쭉 꽃은 절정에 이른다. 5월과 6월은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만개한 절경을 보기 위해 1년 중 가장 많은 탐방객이 한라산이 찾는 시기이기도 하다.

산철쭉 등이 냉해를 입고 개화하지 못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알려졌다. 다만 털진달래는 4월말 5월초에 꽃을 피웠다.

제주도 한라산연구부 관계자는 “꽃이 막 피기 시작할 무렵인 5월 중순 3일 동안 영하로 떨어진 적이 있다”면서 “올 봄 다른 나무의 꽃 피는 시기도 오락가락했듯이 기상이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라산연구부가 지난해 한라산 고지대에 대한 정사영상 자료를 구축하고 분석한 결과 선작지왓 일대 47.7㏊에 털진달래 1만9508본(33.8%), 산철쭉 3만8246본(66.2%) 등 모두 5만7700여본이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철쭉이 털진달래에 비해 약 2배 많이 분포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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