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 상호방위조약 타결 근접...중동에 ‘中·러·이란 견제’ 군사 교두보

미일 안보조약 모델로 삼아
사우디 영토 미군접근 허용
원전 우라늄 농축도 지원
이스라엘·사우디 정상화,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및
가자전쟁 종식 등이 관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안보질서를 재편할 역사적인 상호방위조약 타결에 근접했다. 사우디가 침공받을 경우, 미군의 즉각적인 사우디 영공과 지상 접근이 허용된다는 뜻이다. 미국은 사우디와의 전략적 안보동맹을 토대로 중국·러시아의 중동 영향력 확대와 이란 위협까지 동시에 견제하는 군사적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는 작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전부터 사우디 영토에서 상대국이 공격받을 경우 서로 군사 지원한다는 내용의 상호방위조약 협정을 논의했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1960년에 마련한 일본과의 안보조약을 모델로 협정 초안을 만들면서 사우디 방어 약속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중동지역 국가와 공식적으로 맺는 첫 국방 조약이다. 미국은 카타르 등을 ‘주요 비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상호방위조약에는 이르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 안정화를 위해 작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전 부터 수 개월째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면서 사우디에 방위조약이라는 협상카드를 내밀었다. 지난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을 계기로 미국과 사우디는 소원해졌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 및 사우디와 연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확장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AFP·연합뉴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 입장에서는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힘입어 지역 패권을 손에 쥐고 시아파 이란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미국과 사우디 상호방위조약이 타결되려면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 정상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등이 전제조건이 모두 해결되어야 한다.

미국과 사우디 상호방위조약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려면 3분의2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데, 이스라엘과 사우디 관계회복이 친이스라엘계 상원의원들을 포함한 초당적 표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중동 패권을 노리는 사우디가 가자 전쟁 종식과 확고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얻어내야만 이스라엘 관계개선에 관해 아랍국가들로부터 명분을 얻게 된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복원 대가로 미국에 상호방위협정뿐만 아니라 원전 건설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미국과 사우디간에 무기판매, 정보공유 등의 국방협력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WSJ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난 달 19일 만나 양국 방위조약 초안을 거의 모두 완성했고 대부분 조항에 대한 개념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극우 연립정부의 압력에 직면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전쟁 종식 등을 요구하는 사우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