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미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검토? "수개월, 수년 내 결정"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 이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까지 격화되면서 국제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핵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 같은 국가들은 강대국 간 힘겨루기로 국제사회 견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핵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서구, 아시아 할 것 없이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이른바 비확산체제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 영향력 쇠퇴 속 확장억제 불안 증폭
한미 정상이 지난해 4월 핵협의그룹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것도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로 실제 핵 전력 증강이 포함된 건 아니었습니다. 러시아나 북한의 핵 위협이 있을 때도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확장억제를 거듭 약속했지만 핵무기 추가 배치 같은 조치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부작용에 비해 정작 실익은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미 핵무기 확대 검토 시사…"수개월·수년 내 결정"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핵무기 확대 배치 가능성을 일축해 온 미국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라나이 바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7일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핵무기를 확충 및 다변화하면서 군비 통제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적국의 이런 흐름에 변화가 있지 않다면 미국은 몇 년 뒤 현재 배치된 핵무기 숫자를 늘려야 할 시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할 경우 시행할 완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미국과 동맹에 대한 핵 위협이 증대될 경우 핵무기 배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이나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과 같은 국가의 핵무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의 핵 억제력을 보장하기 위해 동맹국 등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무기 배치를 늘려야 할 수도 있다는 바디 선임보좌관의 발언과 관련해선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수개월이나 수년 안에 내려야 할 결정이라고 답했습니다.
미 대선용 메시지?…가능성이라도 대비해야 하는 이유
바이든 정부의 이런 태도 변화는 공화당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핵무기 배치 확대 필요성이 언급된 뒤 나왔습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의 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확장 억제 정책만 고집할 경우 공화당에게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안보 분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핵 대비 태세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강한 미국을 외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선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단 겁니다.
물론 대선을 5달 남짓 앞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당장 핵전력 증강을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핵 전력 증강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대선 이후 실제 미국의 핵 전력 증강과 확대 배치가 실제 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비록 가능성이지만 우리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에서도 철저한 사전 논의와 대비가 필요합니다.
얼핏 '핵에는 핵'이니 배치되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장 한국 내 국론 분열 가능성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 핵 위협에 맞서는 강력한 억지력이 되느냐',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우리 손으로 허물어 북한에게 핵무장을 가속화시키는 빌미가 되느냐'… 상반된 시각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드 보복에 나섰던 중국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시 어떤 대응에 나설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안보 문제에서 시행착오란 용납될 수 없습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영상] "우∼ 우∼" 배현진 시구 나서자 '야유' 쏟아져…"스포츠 이용하는 짓 안 했으면" vs "시구
- [영상]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켜놓고 숙면?…위험천만 순간, 겨우 막았다
- [스브스픽] 주가 조작 혐의 벗은 임창정…사태 후 SNS에 토로한 심경
- 제동장치 풀려 내리막길 굴러가는 트럭…청년 시민이 사고 막아 [D리포트]
- [Pick] 교감 뺨 때린 초등생, 출석정지 중 "자전거 훔쳤다" 신고 접수
- "숨을 안 쉬어" 장례식장 발칵…"단추 푸세요" 뛰어든 여성 정체
- "언어 이상해" 12년간 미 정신병원 갇힌 멕시코 원주민 재조명
- "동메달 확신했는데"…'김칫국 세리머니' 하다 메달 놓쳐
- '출산 들킬까 봐' 갓난아기 얼굴 발로 눌러 질식사시킨 미혼모
- 문 밖으로 떨어질 뻔한 승객…버스 차장이 팔 뻗어 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