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환경 정보 공시, 미래 자본 유입을 좌우한다 [시라이 사유리-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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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예상보다 빨리 가속화되고 있다. 2023년 이후, 세계 평균 기온 상승 폭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 도를 돌파했다(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는 파리기후협약에서 설정하고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강조한 기준치다). 이 높은 기온이 장기간 이어지면, 글로벌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한 주요 우려가 세계 곳곳에서 깊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 지구적으로 강한 태풍과 허리케인, 홍수, 폭우, 들불,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그리고 전반적 기온 상승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험의 현실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필자는 작년 11월 ADBI(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아시아개발은행) 기후금융대화(Climate Finance Dialogue)를 발족했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는 지난 달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 기간 중에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서는 필자가 소개 발표를 하고, 이어 피지 부총리, 두 곳의 동남아시아 금융당국, 그리고 필자가 패널 토론 시간을 가졌다. 이 토론에서 우리는 아시아가 직면한 두 개의 주요 과제를 확인했다.
적응 목표에 대한 지원 강화 필요
첫 번째 과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아시아 지역 도서국과 연안 지역이 이미 겪고 있는 막대한 피해를 해결하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거대한 제조·중공업 기반을 가진 중국, 일본, 한국을 위시해 모든 아시아 국가가 기후변화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시아는 석탄과 기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조속한 기후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일부 군도와 연안 지역은 이미 심각한 수준의 기후변화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어업, 농업, 관광 피해, 생물다양성과 산호초 손실로 인한 탄소 흡수량 감소, 식수 부족 등 이 지역이 겪고 있는 손해와 고통은 상당하다. 이 지역의 저소득국은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기후적응 대책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작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Loss and Damage Fund)이 출범한 것도 이런 이유다. 지금까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7억 달러 이상의 출연금이 약속됐지만, 이것은 추정 필요금액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한편, 기후변화에 대한 수혜국의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또한 절실하다.
기후 완화 대책과 정보 공시 가속화해야
아시아는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경우, 큰 경제 규모와 광범위한 석탄 사용(석탄은 중국 에너지 생산의 60%를 구성한다)이 배출의 원인이다. 중국이 재생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재생에너지와 전기차(EV) 보급에 앞장서고 있지만, 중국이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두 목표를 이루려면 더 많은 조치가 요구된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역시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내 에너지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75%, 61%, 32%, 그리고 33% 정도에 이른다. 인도의 경우, 인구와 경제 성장이 전력 생산 증가의 요인이며,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또 인도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는 지정학적 위험과 그로 인한 외국인 직접투자 및 외국기업의 생산지역 재배치에 따라 제조업 활동이 증가한 탓이다. 더 이상의 지구 온난화 조치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아시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현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시아의 화력발전소 상당수는 건설된 지 평균 약 10년 안팎의 비교적 새로 지은 시설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3~40년간 이 발전소들이 노후화되고 폐쇄되기를 기다리면서 저탄소 시설을 추가해 나가는 것만으로는 역내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따라서 진짜 과제는 어떻게 하면 기존 발전소의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가다.
아시아는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세울 것인가?
아직 아시아에서 화석 연료 사용과 관련된 비용이 낮은 만큼 탄소 가격제, 배출량 규제, 보조금,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공적 투자 등 포괄적인 정책이 긴요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 포집 및 제거하고 영구히 지중저장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의 확대,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 직접공기포집(DAC), 수소 혼소(co-firing) 같은 다른 신기술의 개발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나아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아세안 분류법(ASEAN Taxonomy)과 싱가포르-아시아 분류법에서 강조된 것처럼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폐쇄 관련 비용을 조달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며, 아시아 전역이 싱가포르가 추진한 전환 크레딧(transition credit)과 같은 새로운 금융 메커니즘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중국, 일본, 한국은 감축하기 어려운(hard-to-abate)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더욱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세계 배출량의 약 20~30%를 차지하는 이러한 부문에는 알루미늄, 시멘트, 화학, 철강, 항공, 해운 등이 있으며, 유의미한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신기술과 막대한 투자가 요구된다. 그런데 남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CCS 시설의 설치 가능성은 이러한 부문 간에 편차가 크다. 아시아의 배출량 감축은 아시아 국가 간 협력에 달려있다. 이러한 부문들이 탄소 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혁신·투자 비용을 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한다면 배출량 감축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아시아의 기업 공개 현황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2050년경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제로)으로 줄이겠다는 전 지구적으로 합의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연간 4조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저탄소 계획 추진 면에서 기술적, 금융적 자원이 더 많은 선진국에 뒤처져 있다. 신흥국과 개도국은 청정에너지 투자만 하더라도 2035년 무렵까지 현 수준인 1조 달러 미만보다 네 배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는 엄청난 금액의 투자 자본이 요구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저탄소 경제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민간 자본이 상당한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선진국으로부터 기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다양한 투자자와 은행에서 자금을 끌어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은행이 자신의 현재 및 장래 투자의 수익과 위험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기업이 기후 관련 정보를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이러한 공시의 표준화가 차츰 진행되고 있다. 여러 국가를 아우르는 일관된 공시 기준 없이는 자금 제공자가 기업과 산업에 자금을 믿고 투자하기 어렵다.
공시 기준 표준화를 위한 일부 긍정적인 움직임이 보인다.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난해 발표한 기준이 세계적 기준이 될 예정이다. G7, G20뿐 아니라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와 바젤위원회 등 영향력 있는 다수의 국제기구가 이 기준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점차 여러 국가가 이 기준에 따라 기업 공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최초로 2025년 무렵부터 이 기준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투자자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자료가 몹시 중요하다. 국내외 공장과 구입 전력에서 발생한 배출량과 공급자와 사용자의 배출량에 관한 정보 공시도 요구될 것이다. 아직 세계적인 공시 추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아시아 국가가 많다. 이로 인한 국가 간 공시 및 데이터 격차는 아시아 전역의 자금 배분에 영향을 주고, 발 빠르게 행동에 나선 국가가 득을 볼 수 있다.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불가피
중소기업은 의무 요건의 직접 적용대상이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정보 공시 추세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공급자로서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 고객으로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기업은 은행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요구를 받을 수 있고, 공시 및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금융 조건이 조정될 수도 있다.
끝으로 세계적인 공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은 앞으로 공시 노력을 기울이는 국가나 기업보다 자금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 정보 격차가 투자자와 은행의 투자 및 대출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자금 조달자의 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든 국가와 기업이 신속히 기후 위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인식을 제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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