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키울수록 적자”...한우협회, 다음달 초 ‘한우 반납 집회’ 연다
한우 농가들이 모인 전국한우협회가 다음 달 초에 소 떼를 끌고 서울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한우 공급 과잉으로 소값이 떨어져 축산 농가의 손실이 커지자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지 소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한우 소비자가격은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 농가 시위가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전국한우협회는 다음 달 2~3일 중 전국 각 지역에서 한우를 싣고 온 농가들이 서울에 모여 ‘한우 반납 집회’를 열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팔수록 적자만 쌓이는 한우를 정부에 ‘반납’해, 정부에서 한우 가격을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앞서 지난 2012년에도 한우 가격이 떨어지자 전국한우협회가 청와대 앞에서 한우 반납 집회를 열기로 했지만, 경찰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에서 한우를 실은 차량 진입을 저지하면서 지역별 집회로 대체됐다.
◇“한우 1마리 키우면 142만6000원 적자”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한우를 도축해 도매로 넘기는 도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1kg당 1만6846원으로, 3년 전보다 28.2% 하락했다. 소값의 지표인 6~7개월 자란 수송아지 가격도 지난달 1마리당 342만2000원으로 3년 전(478만5000원)보다 28.5% 떨어졌다.
한우값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공급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국민들의 육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한우 사육 규모가 커졌지만, 최근 육류 소비량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한우가 남아돌게 된 것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전국에서 사육하는 한우는 총 335만4000마리로, 1년 전(347만 마리)보다는 줄었지만 5년 전(309만4000마리)보다는 8.4% 늘었다. 10년 전인 2014년 1분기(295만1000마리)와 비교하면 13.7% 늘었다.
한우는 통상 28~30개월 키워서 팔기 때문에, 그동안 늘어난 사육 규모가 2~3년 시차를 두고 소고기 공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도축한 한우는 92만9000마리였고, 올해와 내년 도축 규모도 각각 97만5000마리, 93만2000마리로 전망된다.
코로나 시기를 전후해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가 뛰면서 농가에서 한우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오른 영향도 있다. 사육 비용은 오르는데 한우 가격이 떨어지면서 농가 적자는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한 소)의 1마리당 손익은 142만6000원 적자로,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73만6000원(106.8%) 커졌다. 이 때문에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한우 수급 조절 단계를 ‘안정·주의·경계·심각’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으로 높였다. 한우 수급 불균형으로 농가가 손실을 보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한우 소비자가격은 크게 안 움직여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한우를 구입할 때 지불하는 가격 감소폭은 크지 않다. 지난달 1+등급 한우 등심 가격은 100g당 1만387원으로, 한우값이 비쌌던 2021년(1만2848원)보다는 19.2% 하락했지만, 2020년(1만1193원)에 비해서는 7.2%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농가에서 한우를 넘길 때 받는 돈은 확 줄었는데, 유통업체들이 가져가는 몫을 늘리며 소비자가격은 크게 움직이질 않으니 한우 공급이 넘쳐난다는 걸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한우협회는 한우 산업을 지원하는 별도의 ‘한우법’을 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우 농가 지원을 정부가 법적으로 보장하라는 것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정부는 다른 축산 품목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인 공급 과잉을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상곤 경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2~3년 전부터 한우 사육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농가는 당장 한우 인기가 높으니 사육을 늘렸고 정부도 이를 막을 만큼의 충분한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법 제정을 두고 다투기보다는 정부와 농가가 협력해 사육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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